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 영업익 급락
삼성·LG디스플레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LCD 탈출 속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우리나라 주력 부품 산업은 올해 불황과 대외변수로 크게 흔들렸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디스플레이 업계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과잉공급으로 사업 풍파를 맞았다.

국내 주력 제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수출 지형도 흔들렸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반도체 품목의 누적 수출액(866억달러·101조원)은 전년 동기 대비 26.5% 감소했고, 디스플레이 수출액(188억달러·22조원)은 17.0% 줄었다. 이에 국내 20대 대표 품목의 총 수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6% 감소했다.

◇메모리 이어 시스템반도체 선도 전략 시동

올 들어 국내 업계의 주력 품목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을 거듭했다. 지난 6월 주요 D램 제품(DDR4 8Gb 기준)의 고정거래가격은 2016년 6월 이후 처음으로 3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10월 말 기준 2.81달러를 기록했으며, 현물 가격도 이달 초 2.73달러로 저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 대외 변수도 겹쳤다.

양대 소자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업 실적도 흔들렸다. 메모리 사업에서 매출을 올리는 양사 모두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0~80%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을 13조5000억원대로 전망한다. 지난해 실적(44조5740억원) 대비 70%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은 3조원에 못 미치면서 전년 실적(20조8440억원) 대비 85% 이상 빠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부터 라인 최적화와 감산 등을 통해 손실 폭 줄이기에 나섰다. 양사 모두 내년 상반기 중 D램 재고 정상화를 자신했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R&D) 투자는 물론 신사업을 통해 메모리 편중을 극복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133조원을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투입해 2030년까지 종합 소자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시스템LSI 사업부를 앞세워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셋 등에 주력한다. 올해 이 사업부는 업계 최초 1억800만 화소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를 내놓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미지센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경기도 이천 M10 공장 D램 라인 일부를 CMOS이미지센서(CIS) 양산용으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 9월 일본 이미지센서 연구개발(R&D) 센터를 개소했다. 

시장 일각에선 내년 메모리 반도체 반등을 전망한다. 가격 저점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요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면서다. 또 중국과 미국의 5G 상용화 호재도 기다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체 D램 시장 심리가 개선됐고 계약 시장에서도 메모리 부품 구매자들도 재고를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며 “D램 고정거래가격은 이르면 1분기부터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닥 친 LCD…삼성-LGD, OLED로 탈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하락세에 발목이 잡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56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으며,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시작된 적자가 연간 1조원대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다.

LCD 패널 가격 하락세는 중국 패널 제조사들의 물량전 떄문이다. 지난해 이어 올해 BOE와 CSOT가 10.5세대 공장 가동을 시작하면서 패널 가격 하락폭은 더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달 말 대형 TV 표준인 65인치 LCD 패널 가격은 160달러로 지난해 8월 245달러에서 34.6% 하락했다. 8세대 공장 설비를 갖춘 삼성과 LG디스플레이가 가격 하락 압박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LCD 시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하자 지난 3분기엔 물량전을 주도했던 중국 BOE마저 분기 적자를 냈다. 중국과 대만은 물론 국내 업계가 LCD 감산에 돌입했지만 시장에선 LCD 사업에서 예전과 같은 반등 사이클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LCD 감산과 함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를,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와 QD디스플레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초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반등 발판을 다진다. 월 6만장 양산으로 시작해 2021년 월 9만장까지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TV용 OLED 물량을 늘려 LCD와 비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는 복안이다. OLED TV 진영이 확대되는 점도 호재다. 다만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수억원대의 감가상각과 재정 부담은 감당해야 할 문제다. 투자를 시작하고도 성과를 못 건지고 있는 중소형 POLED 사업 역시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 기술력을 앞세운 ‘QD디스플레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지난 10월 이 회사는 13조1000억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기존 LCD라인을 8.5세대 QD디스플레이 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첫 공장 가동은 2021년 시작된다. 업계선 제품 수율과 양산성이 검증될 때까지 2~3년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것으로 관측한다.

당분간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사업에서 업력을 다질 전망이다. 스마트폰용 OLED 시장만 두고 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90%에 가까운 점유율을 지켜내고 있다. 내년을 기점으로 삼성전자는 물론 애플을 비롯한 화웨이, 샤오미 등 굵직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OLED 패널 채용을 늘린다는 점은 호재다. 또 올해 이 회사는 후발 업체와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갤럭시폴드 후속작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