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문화 바꾸고 동남아 진출 교두보 마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에게 2019년은 수십 년 세월 동안의 관습을 빠른 시간에 바꿔낸 한 해로 기록되게 됐다. 산업구조 변화로 과거 모습을 고집하다간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조직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2월 현대‧기아차 신임 과장 세미나 영상에선 의외의 인물이 출연했다. 정의선 부회장이었다. 영상 속에서 정 부회장은 수소차 넥쏘를 운전하며 “이 좋은 차를 누가 만들었지?” 능청스런 연기를 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영상은 앞으로 현대차가 어떻게 바뀌어갈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탄과 같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후 현대차는 급속도로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섰다. ‘순혈주의’의 대명사였던 현대차가 10대 그룹 중 가장 먼저 공채 폐지를 선언했다. 그야말로 극과 극을 오가는 변화다. 특히 밖에서 볼 때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복장자율화다. 가장 딱딱하게 옷을 입던 현대차가 이제는 가장 자유롭게 옷을 입는 조직이 됐다. 이처럼 수 십 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것들이 단 한 순간에 바뀌게 된 것은 정의선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대차는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으로 돼 있던 직급을 매니저와 책임매니저로 단계를 줄였다. 팀장, 실장, 사업부장 등을 거쳐 마지막에 본부장이 오너에게 대면으로 보고하던 보고시스템도 간소하게 정리됐다. 정 부회장에게 이메일 보고를 하는 경우도 늘었다. 과거 현대차에선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한 현대차 과장급 직원은 “내가 들어오고 나서 올해 들어 회사가 가장 빠르게 변한 것 같다”며 “일하는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변화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조직 문화의 변화는 결국 새로운 산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정의선 부회장의 결단이었다. 현대차는 올 한해 급변하는 정세에 맞춰 사업적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 업계에선 수소차 등 미래차 기술에 힘을 싣는 것보다 인도네시아 진출을 상징성 있는 특별한 사건으로 꼽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26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공장 건설과 관련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2030년까지 우리 돈 약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생산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일본차 일색인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짓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생산기지를 짓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지만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사실상 첫 교두보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선 2019년이 현대차 체질개선 및 동남아 진출의 첫 단추를 끼는 한해였다면 내년부터는 더욱 이 같은 움직임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순혈주의 타파 등 올해 성공적으로 변화를 시도했다고 보지만 수 십 년된 조직을 하루아침에 바꿀 순 없다”며 “신남방 정책에 힘입어 동남아 진출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등 내년도부터 더욱 변화가 속도를 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