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조현태 ‘남매의 난’ 터지자 KCGI 지분 매집 공시
‘조현아-KCGI-반도건설’ 연대 시 경영권 확보 유리
변수로 델타항공 입장 떠올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운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운영에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그레이스홀딩스(KCGI)가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대세를 좌우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도 업계 관심사로 떠올랐다. 

24일 항공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조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자료를 내고 “조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 자료에서 조 회장의 그룹 회장 지위와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상속인 간의 합의나 논의가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일어난 것에 대해 업계는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와 관련해 자신의 의견이 사실상 그룹에서 배제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이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내년에 3월 예정된 주주총회까지 경영권 분쟁을 키워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원태 회장 견제 시나리오···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연대 가능할까

이번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가장 관심을 받은 쪽은 한진칼 단일 주주로는 최대 지분을 보유한 KCGI다. 오너 일가 분쟁이 발생한 상황에서 KCGI가 같은 날 추가 지분 매입 사실을 공개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묘한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다만 지분 매입 시기는 이번 난매의 난이 터지기 전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다. KCGI는 17.29%다. 나머지 델타항공, 반도그룹 계열사인 대호개발이 각각 한진칼 지분을 10%, 6.28% 보유 중이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해온 KCGI는 지난 6월 이후 지분 매집에서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한진칼 보통주 총 77만4388주를 장내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KCGI 지분율은 기존 15.98%에서 17.29%로 높아졌다. 

한진그룹 및 한진칼 지배구조 현황. / 도표=조현경 디자이너

일각에선 조 전 부사장과 KCGI와의 연대 가능성을 점친다. 조 전 부사장이 입장문을 통해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KCGI 등 다른 주주들과의 연대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경영 개선을 두고 그룹에 의견을 개진해온 KCGI가 조 전 부사장과의 연대로 조 회장의 지배력을 흔들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 전 부사장은 KCGI와 연대할 경우 내년 주주총회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조 전 부사장과 KCGI가 연대할 경우 지분율은 23.78%가 된다. 여기에 6.28%의 지분을 보유한 반도건설까지 가세하면 한진칼 경영권에 조 전 부사장의 지배력은 30.06%로 더욱 공고해진다. 다만 반도건설이 지난 10월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면서 경영참여와 무관하다고 밝힌 상황이라 반도건설의 입장 변화에 대해서도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델타항공의 입장도 변수가 될 정망이다. 우선 한진그룹의 우군으로 알려진 델타항공이 조 회장 입장에 서게 되면 KCGI와 조 전 부사장이 연대한다고 해도 주주 지배력에는 차질이 발생한다. 조 회장과 가족, 특수관계인 지분(28.93%)에서 조 전 부사장이 빠지면 이들 지분율은 22.44‬%가 된다. 여기에 델타항공 지분을 합치면 조 회장의 우군 지분율은 32.44%가 된다. KCGI와 조 전 부사장 지분(23.78‬%)을 합친 것보다 많아진다. 조 전 부사장에 반도그룹(6.28%)이 합세한다고 해도 지분율은 30.06%에 그친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의 지분이 적지 않아 이들의 입장에도 관심도 커지는 중이다. 두 주주가 조 전 부사장에 연대하면 조 회장의 그룹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델타항공 역시 경영참여에 대해선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아 조 회장 입장에서도 델타항공의 지원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다. 

다만 KCGI가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등을 이유로 연대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경영권 개선을 요구한 KCGI 입장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조 전 부사장과 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손쉽게 조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남매의 난’에 한진그룹 계열사 주가는 고공행진

이번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한진칼 관련 주식들은 모두 큰 폭으로 뛰었다. 한진칼은 지난 23일 전 거래일보다 20% 오른 4만6200원을 기록했다. 올해 6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한진(7.89%), 대한항공(4.68%), 진에어(4.11%) 등도 일제히 상승했다.

한진칼 우선주와 대한항공 우선주는 23일 거래제한폭까지 뛰어올라 장을 마쳤다. 한진칼 우선주와 대한항공 우선주는 다음날인 24일에도 장중 상한가를 기록했다.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그룹 운영에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내년 주총까지 경영권 분쟁에 따른 지분확보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돼 주가가 오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입장을 내놨기 때문에 남은 건 조 회장의 입장”이라며 “조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우호적인 주주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가치와 함께 주주가치를 높이는 움직임을 보여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내년 주총까지 사내이사 재선임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진그룹 측은 지난 23일 입장자료를 내고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 및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것이 곧 고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며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 전 부사장에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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