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늘어 경쟁률 하락하자 유찰 증가, 낙찰가율 하락 계속되는 악순환
응찰자 유입 통로인 분위기 반전요소 없어 내년에도 인기하락 이어질 듯
주택매물은 경매의 꽃 대접···매물비중 늘고 낙찰가율도 80% 넘어

올 한해 경매시장에 유입된 이들이 늘었지만 업무, 상업시설의 인기는 되레 지난해보다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 한해 경매시장에 유입된 이들이 늘었지만 업무, 상업시설의 인기는 되레 지난해보다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경매시장이 올 한해 부동산 거래시장의 큰 축으로 자리 잡았다. 매입 가능한 주택매물 고갈, 높아진 청약문턱 등의 이유로 그동안 참여율이 낮았던 젊은 세대가 대거 유입된 영향이다. 그러나 경매시장에서 응찰자들로부터 지난해보다도 더 외면 받은 거래유형이 있다. 업무·상업시설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법원경매 시장의 경매 진행건수는 13만4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만6800건이 진행된 것에 견주어보면 14.7% 증가한 수준이다. 경매로 매입 가능한 매물이 늘자 응찰자도 대거 유입됐다. 2015년 이후로 매년 감소하기만 했던 평균응찰자수는 올해 들어 반등에 성공하며 매물 한 건당 3.82명이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낙찰가율도 70%대를 유지했다.

경매시장의 열기는 뜨거워졌지만 모든 거래유형이 인기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주택 가운데에서도 특히 아파트 거래 경쟁은 치열해진 반면, 업무·상업시설은 지난해보다도 곤두박질쳤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경매물건으로 나온 업무·상업시설은 총 2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만9200건이 매물로 나온 것에 견주어보면 약 4000건(19.5%)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업무·상업시설 매물은 증가했지만 경매에 참여하겠다는 응찰자 수는 줄었다. 해마다 2만 명을 넘기던 경매 참여자는 올 들어 1만4000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매물은 증가하고 매수의지가 있는 사람은 줄다보니 낙찰가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업무·상업시설의 낙찰가율은 59%로 집계됐다. 낙찰가율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래 약 19년 만에 처음으로 60%대 선이 무너진 것이다. 기존 매물은 소화가 안 되고 여전히 시장에 매수자를 대기 중인 거래가능 물건으로 남아있는데, 폐업 등으로 인해 신건 매물이 등장하면서 물건의 총 건수는 쌓여만 가는 상황이다. 선택가능한 매물이 늘면서 매물 한 건당 경쟁률은 하락하고, 이에 따라 유찰은 거듭되며 낙찰가율도 낮아지는 악순환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물 소진을 위해선 분위기 반전을 위한 재료가 있어야 하는데 경기부진으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업무·상업시설은 경기에 가장 민감한 용도 특성상 직격탄을 맞으며 모든 지표가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건이 늘었지만 경기호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에 내년에도 투자자들은 쉽사리 업무‧상업시설 입찰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주거시설은 올해 경매시장을 장악하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업무·상업시설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올해 전체 경매 진행건수 가운데 주거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45.1%로 지난해 40.5%인 것에 비하면 4.6%p 상승했다. 주거시설의 경매 진행 매물건수는 6만500건으로 2014년(8만1750건) 이후 5년 만에 6만 건을 돌파했다. 낙찰가율 역시 81.2%를 유지하며 80% 선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매물 한 건당 평균응찰자 수는 5.8명으로 지난해 4.6명이 경쟁하던 것에 비해 경쟁구도도 더욱 치열해졌다.

이에 대해 지지옥션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가 사람들의 시선을 경매 아파트로 돌리며 대체제로 바라보는 이들이 늘었고 내년에는 이 같은 시각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용도나 지역별 물건 성격에 따른 양극화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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