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제동’···11월까지 전년比 10.6% 감소한 21만4708대 판매
메르세데스-벤츠 수입차 시장 독주 체제 가속화···수입차 3대 중 1대는 벤츠

성장세가 이어지던 수입차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미지=시사저널e
수입차 시장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이미지=시사저널e

끝을 모르고 커지기만 하던 수입차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일본자동차 5개 업체는 불매 운동에 힘을 못 쓰고, BMW와 아우디는 이미지 개선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이들이 휘청거리는 사이 메르세데스-벤츠는 1위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2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수입차 24개 업체가 올 1월부터 11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 21만4708대다. 전년 대비 10.6%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24만255대가 팔렸다.

◇ 일본차 불매운동에 토요타·닛산 ‘와르르’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수입차 시장에서 강세를 띄던 일본 차 업체들의 판매 실적은 일본에 대한 여론 악화로 7월부터 순식간에 급감했다. 토요타는 전년 동기 대비 31.9% 하락했고, 혼다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33.5%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 판매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불매운동 영향이 상당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토요타는 올 1월부터 11월까지 9288대가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5196대)과 비교해 38.9% 줄어든 수치다. 닛산은 지난달까지 전년(4617대) 대비 41% 감소한 2725대를 판매했다.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 업체는 위기 속에 비교적 선방했다. 토요타의 고급화 전략 업체인 렉서스는 올 1월부터 11월까지 1만1401대가 판매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3.5% 감소에 그쳤다. 인피니티는 1862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2.4% 줄어든 판매량을 보였다.

혼다는 오히려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달까지 누계 판매량은 771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3% 늘었다. 앞서 진행한 파일럿 프로모션의 효과 등으로 풀이된다. 혼다는 지난 10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파일럿을 최대 1500만원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반응은 뜨거웠다. 혼다 측에 따르면 프로모션 이후 모든 파일럿 재고가 소진됐다. 혼다의 10월 판매량은 806대로 일본차 5개 업체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선 일본차 업체의 실적 반등은 ‘시간’이 해결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월별 판매량은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달 일본차 5개 업체가 판매한 차량은 2357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6.3% 줄어든 수치지만 직전월 판매 실적과 비교하면 19.2% 회복했다.

수입차 업체 한 관계자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면서도 “소비자들에게 낙인이 찍혀 한일관계가 개선된 후에도 이전 수준의 판매량을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차 5개 업체 실적 비교.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BMW·아우디 주춤한 사이 ‘1위 자리 굳히는’ 메르세데스-벤츠

수입차 시장엔 제동이 걸렸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7만대 판매를 돌파했던 벤츠 판매량은 올해도 무리 없이 7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량은 6만971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4326대)과 비교해 8.4% 올랐다.

시장점유율도 크게 상승했다. 11월까지 시장점유율은 32.4%로 전년 대비 5.7%p 올랐다. 전체 수입차 업체 중 상승 폭이 가장 크다.

벤츠 독주 체제의 선봉엔 스테디셀러인 E클래스가 있다. 매달 베스트셀링카 순위권에 들며 판매를 견인했다.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판매량 순위에서도 E300과 E300 4MATIC, E 220d는 각각 1위(1만3421대), 2위(9407대), 5위(4217대)에 위치했다.

수입차 판매량 2위인 BMW는 올해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BMW는 벤츠를 매섭게 추격했다. 벤츠와의 격차를 6501대로 좁혔고, 시장 점유율도 4.6%p 차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차량 화재 논란 이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이 같은 흐름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BMW는 올 1월부터 11월까지 3만9061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7.9% 줄어든 실적이다. 지난해엔 4만7569대의 판매 실적이 집계됐다. 시장점유율도 19.8%에서 18.1%로 1.7%p 낮아졌다. 벤츠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14.2%p에 달한다.

다만 연이은 신차 발표와 다양한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추후 실적 개선의 여지는 남았다. BMW는 올해 국내에서 5시리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3세대 X6 등 BMW의 대표 모델을 연이어 출시했다. 최근엔 뉴 X1과 뉴 X2의 디젤 라인업을 선보였다.

지난달엔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에 위치한 R&D 센터 확장 계획도 발표했다. BMW는 한국 R&D 센터에 13명의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고 새로운 위치로 확장 이전해 제품 개발과 시험, 검사 등을 수행할 테스트 시설까지 갖출 예정이다. 이와 함께 SK텔레콤과의 내비게이션 계약을 통해 수입차 업체 특유의 불편함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디젤 게이트 이후 2년의 공백 끝에 지난해 국내 시장에 복귀한 아우디는 이미지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가솔린 모델로 주력 차종을 변경하고 A6와 A8 등 신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시장 점유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판매량은 아쉬운 수준이다. 아우디는 지난달까지 전년 대비 19% 줄어든 9628대를 판매했다.

최근엔 소비자들이 아우디 딜러들을 ‘Q7 45 TFSI 콰트로 사기 판매죄’를 이유로 고발하며 아우디를 압박했다. 지난 7월 아우디는 Q7 사전계약을 통해 최대 700만원가량 할인 판매했다. 아우디 딜러사들은 역대 최대 할인율이라며 이를 홍보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된 뒤 딜러사는 할인율을 2배가량 높였다.

이에 소비자들은 반발했고 아우디 측은 ‘판매 가격은 딜러사 권한’이라고 해명했다. 아우디 관계자는 “아우디는 마케팅 등엔 관여하지만 판매 가격에 간섭하지 않는다. 간섭 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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