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증세 통해 확장 재정 뒷받침해야”···주택임대소득 과세 강화, 보유세 점진적 강화 등 언급
정부, 공공사회 지출 확대 위한 ‘누진적 보편 증세’ 국민적 합의 도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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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조현경 시사저널e 디자이너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돌았다. 문 정부는 2020년 집권 4년차를 맞아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들을 통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이에 그 동안의 정책들을 가다듬고 개선해야 하는 필요성도 있다. 시사저널e는 문 정부의 경제 정책과 한반도 정책 등을 점검하고 2020년 정책적 개선이 필요한 사안을 알아본다. 2020년 4월 총선을 맞아 선거법 개정에 따른 영향도 살핀다. 구체적으로 확장재정 방침과 재원 마련, 세대별 일자리로 보는 고용시장 정책, 대북정책 적극적 변화 여부 등 한반도 평화 및 비핵화 정책, 미·중 등 주변국 영향과 경제성장률 전망, 에너지 정책 전망 및 계획, 선거법개정안 처리에 따른 정국 및 총선 영향 등 6개 분야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정부가 2020년에도 확장적 재정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복지 지출과 일자리 지출을 늘려 포용적 성장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고령화 현상 속에서 이러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있다. 확장 재정을 통해 혁신성장을 위한 동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부의 노력을 뒷받침 할 재원 마련이다. 정부는 국가채무비율 등 정부 채무가 현재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저성장, 생산가능인구 감소 추세 속에서 중장기적 재정 지출 확대를 위해서는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는 증세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는 지난 10일 정부의 내년 예산을 512조3000억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올해 예산 469조6000억원보다 9.1% 늘었다. 2년 연속 9%대 재정 확대다. 최근 5년간 총지출 증가율은 2016년 2.9%, 2017년 3.7%, 2018년 7.1%, 2019년 9.5%, 2020년 9.1%다. 문 정부가 들어선 후 총지출 증가율이 대폭 늘었다.

문재인 정부는 경기부양과 포용적 성장을 위한 확장 재정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9일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뜻을 밝혔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신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등 혁신동력 강화 의지도 보였다.

정부가 혁신동력 강화와 포용적 성장 정책을 확대 유지하는 것은 세계적 저성장과 미·중 무역갈등, 중국 경기둔화 가능성 등 불안한 외부 요인,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등 내부적 요인이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저출산 고령화 심화로 생산가능연령대 이탈인구는 향후 5년간 76만명인데 비해 진입인구는 46만명에 불과하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8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회의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낙연 총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8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회의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낙연 총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포용적 성장을 위해 내년에도 취약계층 맞춤형 일자리 지원 강화, 사회안전망 확충 등 분배지표 개선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노인빈곤 해소와 소득 1분위 등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한다. 노인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소득하위 40%까지 기초연금을 월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린다. 2021년에는 소득 하위 70%까지 기초연금을 최대 30만원으로 높일 계획이다.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 참여기간도 기존 9개월에서 평균 11개월로 늘린다.

정부는 1분위 등 저소득층에 대한 일자리 소득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기초생보 소득인정액 계산 시 근로연령층(25~64세)에 대한 근로소득 30%를 공제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근로장려금(EITC) 최소지급액도 3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인다.

정부는 생계급여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수급권자 가구에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을 제외하기로 했다.

또 저소득층 청년들의 자립과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1월부터 청년희망키움통장의 소득요건도 완화했다. 정부는 장애인 소득기반 확충을 위해 장애인연금 인상(25만→30만원) 대상을 내년 1월부터 주거 교육급여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까지 확대한다.

정부는 신용등급이 낮아 고금리 대출이 불가피한 저소득, 저신용자를 위한 햇살론 공급 규모도 지난해 4000억원에서 2020년 5000억원으로 늘린다. 미취업청년·대학생의 저금리 대출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햇살론 유쓰(youth)도 내년 출시한다.

정부는 내년에 소상공인 자영업자, 혁신창업 기업 등에 특별금리 대출 2조7000억원을 공급한다. 이는 작년보다 4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정부는 일자리 지원을 통한 포용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청년층 대상으로 고교취업연계장려금을 기존 300만원에서 내년부터 400만원으로 확대한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원도 20만명에서 29만명으로 늘린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25만명에서 34만여명으로 확대 지원하다.

정부는 내년부터 중년층을 위해 고용촉진장려금 지원대상에 35~69세를 포함하기로 했다. 어르신을 위한 노인일자리도 올해 61만명에서 내년 74만명으로 지원을 늘린다. 돌봄, 건강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9만5000개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포용성장 뿐 아니라 혁신성장을 위한 동력 확보에도 힘을 쏟는다. 구체적으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정부 R&D(연구개발)를 내년부터 2029년까지 1조원 투자한다. 바이오산업 분야에는 정부 R&D 투자를 2025년까지 연 4조원 이상 늘린다. 미래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전기차 보조금 체계를 개편하고 전기·수소버스 취득세를 전액 감면한다. 정부는 이러한 신산업 분야에 정책금융 10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한 소재 부품 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위해 내년부터 2022년까지 핵심원천기술 확보에 5조원 이상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 확장 재정 위한 재원 마련이 관건···정부, 증세 논의 계획

정부가 혁신동력과 포용 성장을 위한 재정확대 정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중요하다. 고령화 현상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도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다. 현재의 국가채무비율 등은 양호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내년 국가채무는 805조2000억원, 국가채무비율(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로 전망됐다.

그러나 정부의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3년 국가채무는 1061조3000억원으로 늘어나고 국가채무비율은 46.4%에 달한다.

또 2019~2023년 정부의 연평균 총수입 예상 증가율은 3.9%로 총지출 예상 증가율 6.5%보다 2.6%포인트 낮다. 정부가 쓰는 돈 보다 수입이 적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자료=기재부,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자료=기재부,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23일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올해 –1.9%에서 2020년 –3.6%로 나빠진다. 2023년에는 –3.9%로 악화한다”며 “확장재정 정책 기조에서 재원방안 마련 없이 이를 방치하면 국가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 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또 단기적 경기 대응의 재정확장을 넘어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지속적인 재정 기능의 작동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재정확대 정책에 따른 증세의 중장기적 계획을 명확히 밝혀야한다”고 했다.

또 “상대적으로 여전히 낮은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 제고 없이 재정적자로 복지 등 재정확장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부채를 경기 대응차원에서 활용하더라도 증세 논의를 해야 한다”며 “소득세의 비과세와 감면 부분을 줄이고, 법인세 구간 조정, 부동산 보유세 인상 등을 논의해야한다”고 밝혔다.

2018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0%, 국민부담률은 26.8%였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각각 24.9%, 34.2%다. 국민부담률은 한해 국민들이 내는 세금에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더한 뒤 이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다

홍순탁 회계사는 “현재는 재정여력이 있지만 증세와 함께 병행해서 확장재정을 뒷받침해야 한다”며 “주택임대소득과 주식양도소득 과세 강화, 소득공제 축소, 토지에 대한 보유세의 점진적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영철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 국가채무비율은 증가하고 조세부담률은 오히려 하락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증세 계획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며 “정부는 경제 여건이 개선되면 증세를 통해 조세부담률을 어느 정도로 올릴지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조세부담률은 올해 19.6%에서 2020년 19.2%, 2023년 19.4%로 낮아진다.

조 위원은 “또 재정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이후 계속 줄어 2050년 뒤에도 감소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확장 재정을 위한 증세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2045년까지 공공사회 분야에 대한 재정지출을 늘려 포용적 복지국가를 완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태수 정책기획위 미래정책연구단장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세제도의 공정성 강화, 법인세 세율 상향·단순화, 부가가치세 강화 등 조세부담률을 4∼5%포인트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 정책기획위원회는 누진적 보편 증세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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