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 이어지는 가운데 평탄했던 날 찾기 어려워···반도체 불황 및 일본 악재에는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한 해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삼성은 최근 몇 년 동안 평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특히 국내 법적 리스크에 대외 악재까지 겹쳤던 2019년은 삼성에게 그야말로 맷집의 한계를 시험받았던 한 해였다.

삼성의 법적 리스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졌다. 특히 올해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있었는데, 이 부회장의 법적 싸움은 결과적으로 더 연장됐다.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과 말 구입에 삼성이 지원한 약 50억원을 뇌물로 인정해 재판을 파기환송했다. 이 부회장으로선 뇌물액이 늘어난 채 재판을 받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 회장이 비슷한 뇌물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점, 재판부 차원의 ‘작량 감경’이 가능하다는 점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도 계속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의 컨트롤타워 조직 임원 상당수가 위기에 처해졌다. 특히 삼성의 2인자라고 불리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구속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는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한 해를 넘기게 될 공산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노조 설립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한국노총이라는 든든한 상급단체를 둔 노조라는 점 때문에 기존 노조와는 영향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노조 와해 의혹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삼성 입장에선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 측은 “앞으론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정세 변화와 더불어 대외 악재도 이어졌다. 일본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는 사실 삼성전자를 정조준한 조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부회장은 일본을 오가며 현지 거래선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승부는 삼성전자의 승리로 기우는 모습이었다. 섬성전자는 일본산 불화수소의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이에 오히려 일본 기업들이 불안한 상황으로 바뀌었다는 전언이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삼성전자 피해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며 “오히려 일본 불화수소에 의존하지 않는 길도 찾아내는 기회가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사업적으로도 좋지 못했다. 반도체 호황기가 끝나면서 실적도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모바일 부문의 선전으로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처럼 올해는 삼성이 어느 정도의 위기까지 이겨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확립해 온 시스템과 제품 경쟁력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위기를 잘 버텨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 같은 시간이 더 길어지면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이 긴 터널을 넘어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여부는 내년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 선고도 나오는 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부터 계속돼 온 오너 리스크도 결론이 지어질 예정이다. 아직 마치지 못한 인사와 더불어 각종 수사로 홍역을 겪고 있는 컨트롤타워를 어떻게 다시 굳건히 할지도 삼성이 내년에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