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내수 비중 46.6%→48.6% 상승···내수 판매 2대 중 1대는 현대차
탈출구 없는 마이너 3사 부진 심화···르노삼성·한국GM 노사 갈등도 난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완성차 5개 업체가 내수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138만8327대다. /이미지=시사저널e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완성차 5개 업체가 내수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138만8327대다. / 이미지=시사저널e

2019년 내수 시장에선 각 업체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마이너 3사는 업계 불황으로 인해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올해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신차들이 흥행에 성공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23일 각 사의 판매 실적을 종합하면 완성차 5개 업체가 올 1월부터 11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 138만8327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40만6680대가 팔렸고, 2년 전 같은 기간 판매 실적은 141만7765대로 집계됐다.

◇ SUV 팰리세이드가 현대차 독주 체제 선봉에

전체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현대차 판매 실적은 늘어났다. 현대차는 올 1월부터 11월까지 67만5570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65만6243대)보다 2.9% 끌어올렸다. 자연스레 판매 비중도 높아졌다. 국내 5개 완성차업체가 올해 판매한 전체 차량 중 현대차의 비중은 48.6%로 전년 대비 2%p 올랐다.

현대차 독주 체제의 선봉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SUV) 팰리세이드가 있다. 지난해 말 출시됐지만 본격적인 판매는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팰리세이드는 올해 내수 시장에서만 4만6931대가 팔렸다. 당초 현대차의 팰리세이드 내수 목표치인 4만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대다수 소비자가 물량 부족으로 불만을 토로하자 현대차는 울산 4공장과 2공장 생산량을 확대했다. 업계에서는 팰리세이드의 생산량이 2020년엔 15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년 만에 완전 변경 모델로 출시된 신형 쏘나타도 현대차 실적 확대에 기여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신형 쏘나타를 출시하며 연간 내수 시장 7만대 판매를 목표치로 설정했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전년(6만656대) 대비 50.7% 늘어난 9만1431대가 판매되며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다.

완전 변경(풀체인지)급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로 꼽히는 더 뉴 그랜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더 뉴 그랜저는 사전계약 기간 11일 동안 3만대가 넘게 계약됐다. 이에 힘입어 그랜저 모델의 10만대 판매에도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그랜저는 11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9만179대가 판매됐다.

기아차는 소형 SUV 셀토스가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전체 실적에선 소폭 감소했다. 기아차의 올해 판매 실적은 47만1075대로 전년(48만9500대) 대비 3.7% 줄어들었다. 전체 차량 대비 판매 비중도 지난해 34.7%에서 올해 33.9%로 0.8%p 낮아졌다.

셀토스는 지난달까지 2만7200대가 판매되며 목표치를 넘어섰다. 기아차는 지난 7월 셀토스를 출시하며 내수 목표를 1만8000대로 잡았다. 지난 12일 출시한 3세대 K5는 사전계약 기간 4일 만에 1만대가 넘게 계약됐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아차 실적에 기여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 실적.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완성차 업체 실적. /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불황과 노사갈등에 시름한 마이너 3사

쌍용차, 르노삼성차, 한국GM은 실적 부진에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3년 연속 적자 위기에 놓인 쌍용차는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급 반납, 복지 축소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은 불황에 노사 갈등까지 겹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쌍용차는 올 3분기 10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초 시작된 자본잠식도 가속화되고 있다. 올 1분기 쌍용차의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7492억원, 71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2분기 514억원의 분기손실을 기록하고, 3분기 1079억원의 분기손실을 내면서 3분기엔 자본총계가 557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자본금은 이전과 동일하다.

재무 상황 악화에는 판매 실적 부진 영향이 컸다.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상승세를 보이던 쌍용차는 올 11월까지 전년 대비 1.28% 줄어든 9만7215대 판매에 그쳤다. 대표 모델인 티볼리의 부분 변경 모델 등을 내놓으며 소형 SUV 시장 점유율 상승을 노렸지만, 기아차의 셀토스와 현대차의 베뉴가 연이어 출시되며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티볼리는 내수 시장에서 올 1월부터 11월까지 3만2638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년(3만9330대) 대비 17% 줄어든 수치다. 결국 쌍용차는 노사가 힘을 합쳐 경영 쇄신 방안을 마련했다. 경영 쇄신 방안의 주된 내용은 상여금 200% 반납을 비롯해 PI성과급 및 생산격려금 반납 등이다. 지난 9월에도 쌍용차 노사는 업계 불황 타개를 위해 직원 복지 축소 등 선제적인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은 업계 불황에 노사 갈등까지 악재가 겹친 모습이다. 쌍용차에 이어 내수 4위 자리에 위치한 르노삼성은 올해 7만6879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3.3% 줄어든 수치다.

‘생산 절벽’ 위기에 놓인 르노삼성의 올해 생산량은 약 15만2000대다. 지난해(21만6000대) 같은 기간의 생산량에 못 미치는 실적이다. 내년 3월엔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이 종료된다.

내년 상반기 판매되는 XM3의 유럽 수출 물량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계속된 노사 갈등으로 인해 물 건너 갈 위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본사에서 ‘파업 우려’를 근거로 물량 배정을 미룰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사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7차 본교섭과 8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사측은 기본급 동결을 제시했고, 노조 측은 통상임금 120% 인상을 주장했다.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노조는 지난 20일 4시간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오는 31일까지 6차례 파업 지침을 내렸다.

한국GM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올해 한국GM 노사는 지난 7월9일부터 3개월간 임단협을 진행했으나 서로의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 지난 8월엔 기본급 인상 등의 내용이 담긴 협상안을 사측이 거절하자 전면파업을 실시했다. 2002년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노조가 전면파업을 실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창원공장 교대제 전환을 두고 불거진 노사 갈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국GM은 물량 감소로 창원공장 근무체계를 기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했다. 근무체계 변경으로 생산에 필요한 인원이 줄어들면서 7개 도급업체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도급업체 소속 500여명의 일자리는 없어졌다. 사측은 노조에 ‘한시적 2교대 체제’를 제안했고 노조 측은 이를 거부하고 투쟁을 예고했다.

노사 갈등이 이어진 탓에 한국GM의 내수 시장 판매량은 5개 완성차업체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GM은 올 1월부터 11월까지 6만7651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18.3% 줄어든 것으로 르노삼성에 내수 시장 4위 자리를 내줬다. 이 때문에 GM 본사 차원에서 한국시장 철수를 검토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년 전망은 좋지 않다. 상황이 개선될 요소는 없는데 미래에 대한 대응 방안 등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다”면서 “혼돈과 혼란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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