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 조원태 회장 경영 방식 지적···"고(故) 조양호 회장 뜻과 다르게 그룹 운영"
내년 주총 앞둔 조원태 회장 '부담' 가중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방식을 지적했다. 선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뜻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인데, 내년 초 있을 주주총회를 앞두고 남매간 갈등이 본격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다”면서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업계선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들어갔다고 평가한다. 특히 조 회장이 지난달 19일 뉴욕 기자간담회에서의 발언이 조 전 부사장을 자극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조원태 회장은 당시 “대한항공이 전체 주축이라 이걸 서포트하는 사업 외에는 관심이 없다”며 “이익이 안 나면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은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기 전 KAL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대한항공 호텔사업본부 본부장 등 호텔(관광)사업을 담당했다. KAL호텔네트워크와 대한항공 호텔사업본부는 조 전 부사장이 물러난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KAL호텔네트워크 연도별 영업익 추세. / 인포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KAL호텔네트워크 연도별 영업익 추세. / 인포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입장문이 나온 시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진그룹은 내년 초 주총을 앞두고 있다. 내년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다뤄진다. 만약 연임에 실패하면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당장은 조 회장의 연임은 무리가 없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28.94%와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지분 10%를 더하면 총 39% 정도로 연임에 필요한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에 가깝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마음을 달리 먹는다면 조 회장의 연임은 미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특수관계인 지분 28.94%은 조원태(6.52%)·조현아(6.49%)·조현민(6.47%)·이명희(5.31%)으로 구성됐다.

특히 업계서 조 전 부사장이 어머니 이명희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총 상황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명희 전 이사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을 아낀다는 말은 업계에 널리 알려진 내용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원태 회장의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한진그룹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 전문.

먼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그 동안의 개인적 불찰과 미흡한 점에 대하여 깊은 사과의 말을 전해왔음을 밝힙니다.

다만 주식회사 한진칼 및 그 계열사(이하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 상황과 관련하여 조 전 부사장은 불가피하게 법률대리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조 전 부사장은 작고하신 고(故) 조양호 회장님의 상속인 중 1인이자 한진그룹의 주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지에 따라 한진그룹을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선대 회장님은 생전에 가족들이 협력하여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등 가족들에게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를 전하셨습니다. 또한 선대 회장님은 임종 직전에도 3명의 형제가 함께 잘 해 나가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히시기도 하셨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2019. 4. 8. 선대 회장님 작고 이후 선대 회장님의 유훈에 따라 가족 간에 화합하여 한진그룹을 경영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생인 조원태 주식회사 한진칼 대표이사는 물론 다른 가족들과도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하여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하여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님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상속인들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되었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하여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되었습니다.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되었습니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님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 12. 23.

조현아 전 부사장 법률대리인

법무법인(유)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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