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가 빠른건 네트워크 속도만이 아니다. 확산 속도도 LTE보다 빠르다. 5G 가입자 수가 빠르게 모아지고 있고 알뜰폰(MVNO)에서 5G가 LTE보다 빠르게 서비스되고 있다. 특히 높아 보였던 5G의 벽이 알뜰폰사업자에게 쉽게 개방되면서 알뜰폰이 다시 생기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작은 KB국민은행이었다. 덩치가 큰 기업이 규모가 작은 알뜰폰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자 쉽게 5G 물꼬가 트였다. LTE에서 그랬듯 알뜰폰에 새로운 통신서비스가 들어오는 데는 적어도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이 손을 대자 이례적으로 이동통신 3사가 KB국민은행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각종 조건들을 듣고 어떤 이통사의 망을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KB국민은행이 정했다. 그렇게 KB국민은행은 LG유플러스와 손을 잡고 4만~6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알뜰폰인 헬로모바일을 안으면서 알뜰폰 시장 상황이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학기술정통부는 헬로모바일을 분리매각하지 않는 대신 LG유플러스에게 과제를 줬다. 과기정통부의 LG유플러스 CJ헬로 인수 승인 조건을 살펴보면 알뜰폰과 가계 통신비 인하가 핵심 키워드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사가 출시했거나 출시할 주요 5G 요금제를 모두 도매제공하게 됐다. LG유플러스의 5G 도매대가를 최대 66% 인하해 알뜰통신사업자의 중·저가(3∼4만원대) 5G요금제 출시를 지원하게 됐다.

지난 13일 관련 심사결과 설명회에서 기자들은 헬로모바일을 분리매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대다수 질문들이 알뜰폰에 편중돼 있었다. 이날 설명회가 끝난 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기자들이 분리매각을 그렇게 원했느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알뜰폰계 큰 형님을 LG유플러스 품에 주면서 과기정통부도 분리매각에 대한 논의를 끝까지 이어갔다. 그러나 현재 알뜰폰 시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주안점을 알뜰폰 시장 경쟁 활성화와 이용자 이익, 가계통신비 절감에 두면서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 LG유플러스가 하면 이통 시장 특성상 경쟁 업체들이 비슷한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16일 KT 자회사인 KT엠모바일도 5G 요금제 2종을 내놨다. 내년 1분기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의 5G 요금제도 출시될 예정이다. 이통 3사의 자본력 앞에서는 알뜰폰이 빛을 발휘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런 조건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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