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고가 요금제 사용자 역차별
알짜배기 혜택 오히려 줄어

# 11년째 SK텔레콤을 이용하고 있는 A씨는 매년 11월에 리필 쿠폰 6장을 발급받고 있다. 리필 쿠폰은 무료로 기본 제공 데이터 100% 또는 음성 20%를 리필할 수 있는 쿠폰이다. 2년 이상 가입 고객에 따라 매년 4~6장 지급되는 쿠폰이다.

하지만 A씨에게 이 쿠폰은 필요없다. A씨는 현재 5GX프라임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데이터도 무제한, 집전화, 이동전화도 무제한이다. 장기 고객이기 때문에 쿠폰을 수령하고 있으나 매년 쓸모가 없어서 그대로 공중에 날려버렸다. A씨는 “차라리 SK텔레콤에서 밀고 있는 웨이브 무제한 이용권, 영화 이용권 등을 줬으면 좋겠다”면서 “장기고객 혜택이라고는 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가 장기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사은품 성격의 데이터 쿠폰이 무용지물이란 지적이다. '집토끼'를 외면한다는 지적에 내민 '생색내기'용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는 자사 모바일 서비스에 가입한 지 2년 이상 된 고객들에게 장기고객 혜택이라는 명목으로 데이터 쿠폰을 지급하고 있지만 많은 이용자들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데이터 쿠폰을 혜택으로 느끼지 못한다. 이통사는 서비스를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지만 장기 고객 혜택은 여전히 데이터 사용 쿠폰에 머물렀다.

SK텔레콤 장기가입자 혜택 / 출처 = SK텔레콤 홈페이지
SK텔레콤 장기가입자 혜택 / 출처 = SK텔레콤 홈페이지

SK텔레콤은 가입기간에 따라 리필쿠폰을 제공한다. 2년 이상일 경우 4장, 3년 이상일 경우 5장, 3년 이상 4년 미만일 경우 5장, 4년 이상일 경우 6장의 쿠폰을 지급한다. 이 쿠폰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가입된 요금제의 기본 제공 데이터를 2배로 리필할 수 있거나 음성 기본 제공량의 20%를 더 받을 수 있다. 가족결합 서비스에 가입했다면 이 리필쿠폰을 선물할 수도 있다. 단 선물 횟수는 2회로 제한한다.

KT 장기가입자 혜택 = 출처 = KT 홈페이지
KT 장기가입자 혜택 / 출처 = KT 홈페이지

KT도 마찬가지다. 6년째 KT를 이용하고 있는 B씨는 데이터 쿠폰이 올 때마다 화가 난다. B씨 역시 추가 데이터가 필요 없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 B씨는 “데이터 쿠폰을 한 번도 등록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KT는 만 2년 이상 4년 미만 가입자에게 4장의 쿠폰을, 4년 이상 가입자에게는 6장의 쿠폰을 지급한다. 이 쿠폰으로 5G 데이터 2GB, LTE‧3G데이터 2GB, 통화 100분, 시즌 플레인 월 10GB, 청소년 기본말 1만알 중에 골라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보다 데이터 양은 늘었지만 만 3‧6‧9년 가입자에게는 추가로 제공되던 멤버십 포인트는 사라졌다.

LG유플러스 장기가입자 혜택 / 출처 = LG유플러스 홈페이지
LG유플러스 장기가입자 혜택 / 출처 = LG유플러스 홈페이지

그나마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던 LG유플러스의 경우 장기 가입자 서비스도 대폭 줄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2년 이상 이용 중인 가입자에게 데이터 2배 쿠폰 5장, 3년 이상은 6장, 4년 이상은 7장을 지급한다. 심지어 5G요금제 이용 고객에게는 데이터 2배 쿠폰이 발급되지도 않는다.

기존에는 2년 이상 가입자에게 휴대폰 고장 및 파손 시 수리비의 20~30%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서비스는 사라졌다.

장기 가입자용 쿠폰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이용자는 무제한 요금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저가형 요금제 사용자다. 5G 고가 요금제나 대다수가 가입해 있는 LTE 6만원대 요금제에서는 데이터 및 통화가 무한으로 공급이 된다. 오히려 더 고가를 납부하고 있는 가입자를 위한 혜택이 없는 셈이다.

앞서 이통사들은 장기 가입자를 위해 합리적이고 새로운 혜택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달랐다. 여전히 실 사용률이 떨어지는 데이터 쿠폰만 지급하고 있다. 미세하게 손질된 혜택 항목에서 오히려 알짜배기 혜택들이 사라졌다.

이통사가 제공할 서비스가 없는 것도 아니다. 5G가 상용화되면서 이통 3사 모두 5G 관련 콘텐츠를 늘렸고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OTT)에 투자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각종 인수‧합병으로 콘텐츠 활용도는 더 높아졌지만 장기 고객을 위한 서비스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