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전 의류건조기 리콜 이슈에 OLED TV 번인 공방으로 골머리
구조조정 강도 높인 스마트폰, 원가 절감 발판 마련…듀얼스크린으로 정체성 확립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가전 강자 LG전자가 올 한해 주력 사업에서 품질 논란으로 고초를 겪었다. 신가전을 앞세워 최대 매출이 예상되는 생활가전 사업은 국내서 의류건조기 품질 논란에 시달렸고 주력인 OLED TV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공방을 거치며 번인 이슈가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다만 그간 부진한 성적으로 사업 철수까지 거론됐던 스마트폰 사업은 오히려 한숨 돌린 모양새다. 신제품 출시와 함께 생산거점 이전으로 비용 부담을 줄일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의류건조기 이슈로 골머리…경쟁사와 TV 공방 

올들어 LG전자의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부의 고성장은 전사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증권사들은 H&A사업부가 올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0% 성장한 매출 4조7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H&A사업부가 연 매출 21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전통 가전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공기청정기, 건조기, 스타일러 등 신가전으로 새 수요를 뚫었다는 평가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초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신가전의 국내 매출 비중은 95%였지만 올 3분기 85%로 낮아지며 해외 매출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아직 매출 비중이 큰 내수 시장에선 의류건조기 등 일부 제품의 품질 논란으로 고초를 치뤘다. 앞서 LG전자 히트펌프식 건조기는 일부 제품 콘덴서에 먼지가 끼고 악취가 발생하는 현상으로 인해 품질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LG전자 측은 "제품 결함은 없다"고 주장했으나 논란이 쉬이 꺼지질 않자 지난 8월 자동세척 콘덴서에 대한 10년 무상수리 서비스를 결정한 데 이어 지난 18일 무상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은 구매자들에게도 적극 알리는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제시한 10만원 위자료 지급 조정안은 받아 들이지 않았다. 건조기 서비스 등 관련 비용은 올 3분기 실적에 충당금으로 반영됐다.  

다만 구매대급 환급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향후 집단소송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은 부담이다. 지속적으로 제품 신뢰도 이슈가 오르 내리는 점도 문제다. ‘LG 건조기 소비자 피해’ 카페를 운영하는 성승환 법무법인 매헌 변호사는 “집단소송 기준 50명은 훨씬 넘어선 인원이 집단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실제 증상 및 보상 규정 등 확인을 마치는 대로 바로 집단소송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건조기 이슈에 대한 충당금을 확보한 상태라 추가적으로 들어갈 비용 부담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향후 추이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높은 수익성을 안겨준 TV 사업은 올해 시장 정체로 인해 성장이 둔화됐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5185억원으로, H&A 사업본부 영업이익(1조5248억원)과 함께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전사 실적을 이끌었다. 

올해 프리미엄 TV 시장 성장 정체로 HE사업본부는 실적 전망이 좋지 않다. 증권업계는 올 4분기 HE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소폭 하락한 1900억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등 TV 성수기를 맞이해 마케팅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본 까닭이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1조5185억원) 보다 약 30% 감소한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올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TV 품질 공방으로 날을 세웠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 품질과 8K TV가 해상도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지적했고, 삼성전자는 LG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번인 현상 이슈를 다시금 꺼내들었다. 양사는 유튜브 채널은 물론 TV 광고 영상을 중심으로 공방을 이어갔다. 최근엔 LG전자가 삼성전자의 QLED TV 광고가 허위과장 표시광고라며 공정위에 신고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LG전자가 객관적 근거 없이 QLED TV를 비방한다며 맞신고를 했다. 

◇내년 실적 걸린 LG 스마트폰 

가전이 논란의 한해를 보냈다면 수년간 판매 부진으로 사업철수 위기까지 거론됐던 스마트폰 사업은 올해 회복 발판을 마련한 모양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1년 전 대규모 적자로 인해 수장까지 교체하면서 구조조정에 속도를 냈다. 

LG전자 스마트폰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적자 꼬리표를 떼진 못 했다. 증권업계선 올해 MC사업부 매출 약 6조1300억원, 영업손실 93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며, 영업손실의 경우 전년 동기 19% 가량 확대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평택 공장의 베트남 통합 이전 결정에 따라 손실 규모를 줄여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베트남 공장 이전에 따라 고정비 부담을 줄인 첫 분기인 지난 3분기 MC사업본부의 영업손실은 1612억원으로, 직전 분기 손실(3130억원) 규모의 절반 수준으로 적자 폭을 줄였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선두 업체가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는 가운데 올해 LG 스마트폰 정체성은 듀얼스크린으로 굳힌 점도 두드러진다. 패널 공급사인 LG디스플레이가 폴더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양산 여력이 부족한 점도 상쇄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듀얼스크린 무료 증정과 함께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으로 올해 큰 손익 개선은 없었지만 안정적인 양산 제품을 택해 품질 이슈는 없었다. 

내년은 LG전자의 구조개선 성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LG전자는 내년 ODM 비중을 늘리는 등 다각적인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선 ODM 비중이 올해 35%에서 내년 최대 50%까지 대폭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영업적자를 지속하지만 손실 규모는 올해 대비 줄일 것이란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실적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도 발목을 많이 잡았다”면서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시장 예상보다 좋았던 3분기 실적 기조를 내년에도 유지한다면 전사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며 내년 5G 상용화로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선다는 점도 호재”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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