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온라인 공세가 거세지면서 '혁신'에 초점을 맞춘 생존전략 구사
'1층 화장품' 층별 마케팅에도 변화···2030 명품족 잡기 위해 사활
AI 접목·온라인 연계 통해 온라인몰 초저가 맞대응

/그래픽=이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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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제외한 모든 상품군에서 온라인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백화점은 올 한해 혁신에 초점을 맞춘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가운데 유독 전통적인 마케팅을 고수했던 백화점은 인공지능(AI) 기술 접목과 온라인몰 연계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공식처럼 여겨졌던 ‘1층은 화장품’이라는 층별 마케팅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월별 주요 유통업체 매출신장 통계에 따르면, 백화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간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신장률이 총 6번이었다. 12개월 동안 6번은 매출이 늘었지만 나머지 6번은 매출이 줄었단 얘기다. 온라인쇼핑몰의 급격한 성장으로 여성캐쥬얼 부분이 최고 –22%까지 하락하는 등 고전을 보였지만 명품은 최대 23.6%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명품은 전년보다 단 한번도 매출이 떨어지지 않았다.

온라인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명품만은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백화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직접 봐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면서 “저가의 여성의류는 온라인쇼핑몰이, 명품은 백화점이라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명품은 전년 대비 2017년 5.4%, 2018년 10.5%, 올해(상반기) 17.0% 등의 매출신장률을 나타냈다.

백화점에게 있어 명품 유치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업체의 명품 매출 비중은 20~30%가량이다. 40~50대 위주의 마케팅에 전력했던 백화점업계는 더 많은 세대가 명품을 즐길 수 있도록 눈높이 마케팅이 들어갔다. 올해 1~9월까지 명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24% 증가한 롯데백화점은 ‘2030’의 스트리트 명품이라 불리는 발렌시아가, 오프화이트, 골든구스 등 브랜드를 강화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신세계백화점은 2030세대에게 VIP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연간 400만원 구매’로 조건을 완화했다. 실제 이런 노력으로 신세계백화점의 젊은 VIP 고객은 점점 늘고 있다. 강남점 1층에는 명품브랜드를 전시하는 공간을 마련해 젊은 고객들의 이목을 명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층별 마케팅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1층에 화장품 대신 명품을, 여성복과 남성복이 잇는 2층과 5층에도 명품매장이 들어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을 소비할 줄 아는 젊은 세대로 점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도 백화점 안으로 들어왔다. 롯데백화점은 입점 브랜드가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도록 매일 축적되는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공유형 ‘디지털 AI 플랫폼’을 구축한다. 구축이 완료되면 입점 브랜드들이 영업활동에 필요한 대상 고객을 선정하고 문자 광고, 혹은 DM(다이렉트 메일)을 직접 발송할 수 있다.

옴니채널 구축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옷과 가방을 쓱렌즈로 촬영하면 SSG닷컴에서 같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고, 롯데백화점은 AR(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한 3D 피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일단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하지 않았던 온라인 연계 등도 백화점들이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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