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 반사이익 0.6%로 미미···정부 “연구결과, 실제와 괴리 있어”
문제가 있다면 이를 인식하고 바로 잡아야 정책실패 면할 수 있어

‘지록위마(指鹿爲馬)’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얼토당토 않은 것을 우겨서 남을 속이려 할 때 쓰는 말이다. 진시황이 죽자 간신 고조가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황제로 옹립시켜 조정의 실권을 장악한 뒤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좋은 말 한 마리를 바칩니다”라고 거짓말을 한 데에서 유래한다. 고조는 사슴을 사슴이라 곧이 곧대로 말한 신하들을 기억해 뒀다가 죄를 뒤집어씌워 숙청했다고 한다. 지록위마의 다른 말로는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속담이 있다.

지난 11일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일명 ‘문재인 케어(문케어)’와 실손보험의 상관관계에 대한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2017년 문케어 시행 이후 지난 9월까지 나타난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효과는 6.86%로 나타났다. 2018년 1차 반사이익 산출 후 급여화된 항목만 놓고 보면 감소효과는 0.6%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KDI에 용역을 맡기지 않더라도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문재인 케어가 도입된 이후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다. 정부는 문케어 도입으로 실손보험금 지급이 줄어드는 만큼 보험료를 낮춰 혜택을 가입자들에게 돌아가게 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문케어 시행의 ‘풍선효과’로 과잉 진료와 비급여 진료가 눈에 띄게 급증하면서 손보사들의 손해율은 130%에 육박했다. 외려 가입자들에게 부담되는 보험료를 인상해야 할 판국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는 문케어의 부작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KDI 연구결과가 실제 의료 서비스 이용과 자료 간에 괴리가 있다며 내년 중 정확한 데이터를 취합해 반사이익 규모를 재산정하겠다고 말했다. 문케어 도입 이후 늘어난 손보사들의 손해율과 적자 규모 등 모든 수치가 문케어의 반사이익이 아닌 ‘풍선효과’를 가리키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홀로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문제를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계획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면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계속해서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고 정책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만일 보험사들이 치솟은 손해율을 감당하지 못해 두 자릿수 보험료 인상을 단행한다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문케어의 원래 취지와 정반대되는 결과다.

사슴을 아무리 말이라 가리킨다고 한들 말이 될 리 만무하다. 언젠가 드러날 일을 그 순간 감추려고 얕은꾀로 모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문케어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보험업계와 논의해 제도를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이름을 딴 정책이 후세에 길이 영광스럽게 남을지, 불명예스럽게 남을지는 여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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