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결 구도 형성되면 영남·호남 후보 우세···경기권·충청권, ‘통합’ 강조
젊어진 유권자층, ‘386세대’ 표심에 촉각···후보자 정치이념도 변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조합장, 이성희 전 중앙회 감사위원장, 유남영 전북 정읍조합장, 김병국 후보 전 서충주 조합장/사진=농협중앙회 및 각 단위 농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조합장, 이성희 전 중앙회 감사위원장, 유남영 전북 정읍조합장, 김병국 후보 전 서충주 조합장/사진=농협중앙회 및 각 단위 농협

차기 농협중앙회장을 향한 후보들의 경쟁 구도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김병원 회장이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회장직이 공석이 돼 그동안 물밑에서 이뤄졌던 유력 후보들의 선거운동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전국 각지에서 다수 후보자의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4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4~5명의 후보자가 마지막까지 경합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적으로 지역 결속력이 뛰어난 영남권과 호남권 후보들의 강세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충청권·경기권 후보들의 통합론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지난 16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 회장은 고향인 전남 나주·화순 지역 공천을 더불어민주당에 신청할 예정이다.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중앙회장직도 이날 내려놨다.

회장직이 공석이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농협 안팎의 관심은 차기 회장 선거 레이스로 옮겨가고 있다. 선거는 내년 1월31일로 예정돼 있으며 조합장 1118명 가운데서 290여명의 대의원 조합장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초반 다수 후보가 난립하는 양상을 보였던 차기 회장 선거는 현재 4~5강 구도로 좁혀진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는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조합장, 이성희 전 중앙회 감사위원장, 김병국 전 서충주 조합장, 유남영 전북 정읍조합장,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조합장 등이다.

이번 선거의 핵심 포인트로 꼽히는 것은 지역주의와 탈지역주의의 대결이다. 이전과 유사하게 이번 선거 역시 지역 대결 구도로 흘러갈 경우 호남과 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고 있는 유 조합장과 강 조합장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두 지역은 전통적으로 지역 결속력이 강하고 대의원 조합장 수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전북 출신 유 조합장의 입장에서는 호남 후보라는 이미지가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김병원 회장의 전남과 확실하게 구분되지 않으면 ‘호남 재집권론’이 부각돼 다른 지역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조합장은 1963년생인 다소 어린 나이가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기존 양상과는 달리 ‘탈지역주의’가 부각될 경우 여 조합장과 이 전 위원장, 김 전 조합장의 우세가 점쳐진다. 경기권과 충청권은 상대적으로 지역색이 약해 향후 농협의 통합과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후발 주자에 속하는 김 전 조합장이 최근 주요 후보 중 하나로 떠오르는 이유도 김 전 조합장이 주도하고 있는 ‘중부권 통합론’ 때문이다. 충북과 경기 지역은 전북과 함께 아직 농협중앙회장을 배출하지 못한 지역이기도 하다.

다만 김 전 조합장은 여전히 다른 후보들에 비해 낮은 인지도가 극복할 과제로 남아 있다. 여 조합장과 이 전 위원장은 같은 경기권 내에 속하기 때문에 단일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지지 기반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서 약해져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젊어진 유권자층도 핵심 변수 중 하나다. 현재 대의원 조합장은 70%가량이 초·재선 조합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른바 ‘386세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선거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단점으로 지적됐던 강 조합장의 어린 나이가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며 지역 대결이라는 선거 구도도 일정 부분 희석될 수 있다. 반면 지난 선거에서 김병원 회장을 상대로 선전을 펼쳤던 이 전 위원장에게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각 후보의 정치이념도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전 위원장의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배인 최원병 전 중앙회장의 측근이며, 유 조합장은 민주평화당 지역발기인 이력을 갖고 있다. 김 전 조합장은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특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강 조합장은 새누리당 합천당원협의회에서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농협 내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뽑는 대선과는 달리 농협 선거는 간선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친(親)정부 인사가 무조건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조합장들이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정부와의 정책 협력이 수월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는 있다”며 “최원병 전 회장의 사례처럼 농협 전체의 이익을 기대하는 심리가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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