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고가 상품 재판매 통해 이익···시간 흐를수록 가격도 높아져
국내외서 커지는 리셀 시장 규모···‘해외 직구’ 통한 리셀은 ‘불법’

/ 사진=셔터스톡
장기적 경기 침체, 취업난이 겹치면서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리셀(resell) 테크’에 눈길을 쏟는 이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 사진=셔터스톡

대학생 유나현(26)씨는 한정판 운동화를 구매하는 게 취미다. 유씨는 해외 직구는 물론, 국내에서 구매하기 힘든 운동화를 모으기 위해 해외도 간다. 구매한 운동화를 직접 신기도 하고, 온라인 사이트에 재판매한다. 그는 “한정판 운동화 자체가 희소가치가 높기 때문에 재판매 할 때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면서 “‘아무나 살 수 없는’ 운동화 구입에 관심을 갖는다”고 했다.

장기적 경기 침체, 취업난이 겹치면서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리셀(resell) 테크’에 눈길을 쏟는 이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과거 주식, 부동산 등으로 자산을 불렸던 것과 달리, 한정판 운동화, 고가 가방·의류 등을 구매한 후 온라인 시장에 되팔아 이익을 남긴다.

최근 들어 ‘나만의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한정판 제품에 대한 수요와 리셀링 시장도 덩달아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해외 직구’를 통한 리셀은 불법이라는 점을 모르는 이들이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나만의 스타일’ 위해 고가·한정판 제품 구매

리셀은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고가 명품 등 상품군에 투자하고 다시 되팔아 이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되팔면 구매 가격보다 높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특히 이 시장은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 소비층이 시장을 이끌어 활발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사이에선 ‘샤테크(샤넬+재테크)’, ‘루테크(루이비통+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 등 신조어도 생겼다.

이들이 리셀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대부분 희소성 있는 제품에 대한 구매욕에서 시작하는데, 이를 되팔아 소득을 얻기 위해서다. 시간이 흘러 한정판 제품에 대한 위상이 높아져 희소성이 더 커지면, 수요자에게 원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되팔아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한정판 제품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는 대행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거나 갖은 방법을 동원해 여러 매장에서 최대한 많이 확보한 뒤 시세를 크게 올리는 방식으로도 이익을 취한다.

거래 방식도 간단하다. 이들은 리셀 제품을 온라인 중고나라 사이트, 개인 SNS계정을 통해 업로드 해 댓글, DM(다이렉트 메시지) 등을 통해 거래한다. 기존 블로그 마켓, 중고나라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거래했던 중고 거래 방식과 비슷하다.

직장인 박이담(27)씨는 “최근 SNS에서 샤넬 백팩을 구매했다”면서 “사실 명품이라는 말에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던 것도 있지만, 한정판 제품이라고 해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제품을 갖고, 사용하는 것 보다 한정판은 몇 명 갖고 있지 않아서 구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든 직장인 이주연(28)씨는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사고 싶었던 운동화가 있었는데 그때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구매하지 못했던 것을 최근 리셀샵에서 구매하게 됐다”면서 “다른 운동화를 구매했기 때문에 지금 필요하진 않았지만, 희소성이 있는 제품이여서 나중에라도 되팔기 위해 샀다”고 주장했다.

◇해외직구 리셀은 밀수···관세청 단속에도 재판매는 여전

리셀 시장 규모는 점차 커지는 추세다. 삼성패션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리세일 마켓 붐’ 보고서에 따르면, 리셀링 시장 규모는 2022년까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2017~2018년 패션 리셀링 사이트 성장률은 49%에 달했는데, 이는 패션 리테일 성장률인 2%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리셀 시장은 해외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20·30대를 중심으로 운동화 재테크 열풍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에선 투기성 주식매매를 가리키는 ‘차오구(炒股)’를 빗댄 ‘차오셰(炒鞋)’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살고 있는 리우신신(24)씨는 “중국에선 구찌, 나이키 등 신발을 구매하고 다시 파는 게 유행”이라면서 “얼마 전엔 한국 가수 지드래곤씨가 나이키와 협업한 에어포스 운동화를 구매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선 같은 제품을 2배 이상 가격에 판매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해외직구를 통한 리셀러들이다. 현행 관세법에 따르면, 해외직구를 통한 리셀은 관세법 위반이기 때문에 불법행위로 간주된다. 국내 거주자가 스스로 사용하기 위해 150달러(미국 물품은 200달러) 이하 물품을 수입하는 경우 관세를 적용받지 않지만, 이를 본인이 사용하지 않고 타인에게 판매하면 원가보다 싸게 팔더라도 불법행위로 간주된다. 적발 시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해진다.

관세청 조사 결과, 지난해 해외직구 거래 건수는 3225만건이었다. 이는 2017년 2359만건 대비 36.7%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거래금 규모도 3조3000억여원으로, 2017년(2조5300억여원) 대비 30.5% 늘었다. 이중 면세 혜택을 받은 150달러 이하 물품은 3055만건으로 전체의 95%에 달했다.

다만 해외직구를 통한 리셀이 불법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 해외직구 시장이 커지면서 관세 없이 물품을 수입한 후 재판매한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해외직구 리셀 관련 신고 건수는 1185건이었다. 기자가 17일 인스타그램에 관련 단어를 입력하자 5000건 이상의 게시글이 검색됐고, 해외직구 관련 글은 33만4000개에 달했다.

대학생 유나현씨는 “인터넷에 ‘리셀’을 검색하다보면 국내에서 거래되는 것도 있고 해외직구처럼 해외배송으로 거래되는 것도 있다”면서 “해외직구 리셀이 불법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고 이를 통해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해외직구 물품 리셀이 위법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외직구 물품은 한 번만 되팔아도 범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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