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시·민주당·정의당 산하 연구원 주최 토론회
전문가, 공급 부족 아닌 투기수요로 인한 상승 지적
공시지가 현실화·청약 당첨자 차익 환수 등 주문

지난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 / 사진=연합뉴스

“과열된 서울 집값을 잡으려면 부동산 보유세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 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해법으로 ‘보유세 강화’를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등 서울시와 여당 주요인사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 이같은 조언이 나오면서 향후 예고된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최근 서울 집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7개월간 18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지만 이 기간 서울 아파트평당평균가격은 40%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9·13대책 이후 하향세를 보였지만, 올 6월부터 반등을 시작해 최근까지 2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실시를 발표했음에도 집값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전날 금융, 세제, 청약을 아우르는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이를 두고 정부의 규제 위주 정책으로 인한 공급부족이 집값 불안의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서울 부동산의 이상 급등 현상은 전 정부의 부양책 실시를 계기로 다주택자에 의해 시작됐다”고 반박했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센터 위원도 “최근 6년간 2주택자와 3주택자 증가 속도가 1주택자 증가 속도를 압도하는데 이를 봤을 때 공급이 부족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뛴 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서울을 포함한 전국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은 투기”라고 단언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소수의 다주택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장”이라며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투기 차단을 위한 근본 대안인 양도세 및 보유세 강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투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투기의 원인이라 할 부동산불로소득 환수의 최적수단인 보유세 강화에 집중했어야 함에도 보유세 강화에 극히 미온적이었다”며 “그러다보니 수차례 부동산 정책이 나왔어도 시장 참여자들 중 상당수가 비이성적 흥분상태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이 투기 수요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부동산으로부터 불로소득이 큰데 제대로 환수되지 않는다면 어떤 부동산 대책도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익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규제 사각지대는 크고 대출규제를 우회해 자금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하고 단기유동자금도 풍부한 상황이라면 투기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비정상”이라며 “최근 저금리와 3기신도시 정책은 부동산 거품의 새로운 호조건이 되고 있다. 현재 투기 불쏘시개가 될 요인이 너무 많아서 보유세 강화 없이는 단기 유동자금의 부동산 밀어올리기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시비율, 공정시가비율제도 폐지, 공시가격 현실화 등 정부가 당장이라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며 “과표 현실화로 인해 복지 등 다른 정책들이 영향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보유세 과표와 다른 정책들의 기준이 독립될 수 있도록 시급히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보유세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의 최적 정책수단”이라며 “양도세는 동결효과가 발생함으로 보조적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재 단독주택은 51%, 공동주택은 68% 수준인 시가 대비 공시가율을 90% 수준으로 높일 것도 주문했다. 정 교수는 “공시가율을 시가 90% 수준으로 높인다 해도 주택 대다수에 해당하는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며 “대신 6억원 이상의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는데 이렇게 부동산 보유의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실수요 위주로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귀속 소득 자료에 따르면 자산불평등에 따른 불로소득 현황은 부동산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이 약 85조원,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양도차익 및 소득이 약 51조원이다. 이중 상위 10%가 부동산 불로소득의 63%, 금융자산 불로소득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2017년 귀속 부동산 양도차익 중 상위 1%가 23%, 상위 10%는 63%를 가져간 반면, 하위 50%는 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모든 경제 불평등의 핵심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가계의 순자산이나 국가 부에서 토지와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하게 높은 것도 문제지만 토지가격이 비싼 소수의 토지가 전국 토지가격 총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며 “상위 10% 토지가 공시가격 총액의 90.1%를 차지하고 있다. 가격이 비싼 토지의 집중도가 심각하기 때문에 부동산 기반 불로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의 차별적인 변동은 소유자와 비소유자 간의 상대적 박탈감을 낳고 지역별 가격 변동의 차이는 사회지리적 이동성 약화를 초래하는 또 다른 박탈감을 낳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가격통제 정책을 도입하더라도 수분양자의 시세차익을 막을 수 없다. 기존 불로소득 환수 제도인 채권입찰제, 전매제한 기간으로는 불로소득을 원천봉쇄할 수 없으며 일시적인 가격안정 이후 계단형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구조를 통제할 수 없다”며 “공공이 분양주택 가격을 통제하는 공영주택 재고를 비축함으로써 지속적인 가격안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토지주택은행 시스템의 확대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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