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된 32명 중 26명 유죄···법원 “미전실 배포 노조와해 전략, 수 헤아릴 수 없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의 설립·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는 17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의장과 강 부사장에게 이 같이 선고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기소된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는 징역 1년6월을,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1년을, 최아무개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는 징역 1년2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도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삼성 노사문제에 개입하는 대가로 62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전직 경찰 김아무개씨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 추징금 3180여만원이 선고됐다.

양벌규정에 따라 삼성전자에게는 무죄가, 삼성전자서비스는 조세 관련 범죄만 유죄로 나와 벌금 7400만원이 선고됐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을 포함해 이 사건으로 기소된 32명 중 26명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부당노동행위 관련해 수많은 문건이 발견된다”며 “미래전략실에서부터 파생돼 계열사 및 자회사로 배포된 각 노조 전략, 비상대응 시나리오, 비밀 동향 보고, 회의자료, 보도자료 등 노조를 와해시키겠다는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한 것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이어 “이 의장과 강 부사장까지 모두 노조와해 실행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가 충분하다”며 “피고인들은 실무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 것으로 고위층까지 가지 않았다고 했지만, 피고인들 스스로 실행행위 가담을 검찰과 법원까지 인정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실제 가담한 행위에 비하면 너무 낮은 형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마음 고생을 했던 점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은 창업 초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노조와해 공작을 총괄 기획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실행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협력업체를 폐업하거나 조합원의 재취업을 방해하고, 대우에 차등을 둬 노조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선고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전방위적이고 조직적인 노조 파괴가 법원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며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공권력을 매수해 국가기강을 유린하고 사회질서를 농단할 수 있다는 삼성의 오만불손함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노조 파괴공작이 집중되었던 2013년 하반기에 삼성그룹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던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과 이건희 회장 등 총수일가를 기소하지 못했다”며 “그나마 일부 경영진이 기소되었지만 수뇌부에 대한 형량은 범죄의 중대성에 비추어 지나치게 낮다. 상급심에서 보다 정의로운 판단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투쟁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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