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품목 판매중지로 시장 불확실성 커···신사업·도입 품목에도 난제 많아
대다수 제약사는 연말 확정할 듯···일부 업체는 내년 초 이월 전망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제약사들이 내년 사업계획 확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변화가 극심한 정부 정책과 매출에 직접 영향을 줄 신사업이나 도입 품목 부재로 인해 실무자들의 고충도 큰 상황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은 현재 내년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별로 일부 차이는 있지만, 대개 실무부서별로 준비한 초안을 놓고 수정과 보완 작업을 벌인 후 최종 확정하게 된다.

올해의 경우 예년과 비교해 사업계획 수립의 진행 속도는 엇비슷한 수준이라고 제약사들은 전했다. 광동제약은 예년과 유사하게 사업계획을 최종 확정한 후 신년 워크숍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일부에서 다른 제약사들과 차이를 보인다. 연간 단위가 아니라 3개월 단위로 사업계획을 준비하는 한미는 예년과 동일하게 내년 1월 중순 2020년 1분기 사업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종근당의 경우 현재 사업계획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계획 확정이 내년으로 이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JW중외제약도 현재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와는 달리 동아ST는 이미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지만 제약사는 영업 상황이 중요하므로 일단 올해 영업을 마감한 후 내년 매출 계획을 결정하는 사례도 있어 일부 업체에서는 내년 초로 사업계획 확정이 넘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매년 그래왔지만 2020년 사업계획에 대해서는 초안을 준비하고 이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실무자들이 다른 해에 비해 더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수시로 변화하는 정부 정책으로 인한 시장 상황의 불확실성과 약업계 불경기에 따른 매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사업이나 도입 품목 부재 등이다. 

우선 발암물질이 함유됐다는 사유 등으로 인한 정부의 특정 품목 판매중지와 회수 정책은 해당 품목을 제조하는 제약사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에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라니티딘 제제와 니자티딘 제제를 판매중지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현재도 싱가포르에서 발암우려물질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검출돼 회수 조치된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 제제를 직접 조사하는 상황이다. 

또 식약처는 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조사들이 제출한 유효성 입증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내년 6월까지 콜린알포 제제에 대한 재평가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해당 제품을 제조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수밖에 없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국민 건강을 염려하는 정부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연달아 진행되는 발암물질 함유 의약품 판매중지에 이어 콜린알포 제제에 대해서도 재평가가 진행돼 급여에 변화가 발생하면 해당 제약사 매출에 치명타가 된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정부 정책 등 약업계 주변 환경 변화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주요 품목의 내년 매출을 예상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고 업계는 밝히고 있다.

이에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신사업이나 도입 품목 등의 사업계획이 요구되지만 현실적으로 난제가 있고 투자비용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 제약사 실무자들의 고충이다. 한 제약사 직원은 “회사 오너나 경영진은 매출 또는 수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나 품목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깐깐한 경영진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원하고 이를 위해 잦은 회의나 계획 초안 수정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약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부진한 매출이나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한 계획을 찾는 과정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제약사들은 전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는 아예 사업계획 확정을 내년으로 넘기는 제약사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약업계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만큼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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