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관계자 “제도마련 시 파악했지만 목적자체가 다른 대출이라 열어둬”
“보증금 전액 대출 아닌데다 추후 주택구입은 안 된다는 약정체결도 필수”

정부가 15억 원을 넘는 고가주택에서도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전세세입자 퇴거자금 대출 등은 가능케하기로 했다. / 그래픽=이다인디자이너
정부가 15억 원을 넘는 고가주택에서도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전세세입자 퇴거자금 대출 등은 가능케하기로 했다. / 그래픽=이다인디자이너

 

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을 적용하더라도 15억 원 넘는 고가주택에서 전세 퇴거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주택구입이 아닌 세입자 퇴거를 위함으로 대출의 목적 자체가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사실상 주택담보대출과 다를 바 없어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는 이 대출이 1주택자가 갭투자를 활용한 갈아타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새어나온다. 이론상으로는 물론 가능하다. 정책의 허점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자신의 채무상환능력 및 정부가 내건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행정지도 차원에서 은행권에 12·16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른 주택담보리스크 관리기준을 전달했다. 정부는 우선 초고가주택 대출 규제 대상을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가계 및 기업으로 규정했다. 단순 만기연장 등은 신규주택 취득 목적의 대출이 아니므로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 10억 원을 보유한 A씨가 매매가 시세 15억 원, 전세가 7억 원 수준인 서울 잠실 파크리오 전용 59㎡를 매입한다고 치자. 이번 대책으로 해당주택을 매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은 아예 나오지 않는다. 15억 원을 현금으로 전액 보유하지 않은 이상 매입이 불가능하단 얘기다. 그러나 A씨가 전세보증금 7억을 끼고 있는 매물을 초기자금 8억 원만 들여 사들이고 자신은 경기권 2억 원대 집에서 전세살이를 하다가, 이후 세입자 전세 만기시점에 은행권으로부터 퇴거자금 대출을 받아 세입자에게 지급해주고 자신의 강남 집에 들어가 거주하는 것은 가능하다. 제도의 맹점을 이용한다면 세입자 퇴거자금 대출을 받는 건 주택담보대출과 사실상 다르지 않다. 조삼모사 정책이라는 질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금융위 금융정책과 관계자는 “제도마련시 이 같은 문제를 파악했지만 목적이 다른 대출이어서 열어뒀다”며 “보증금 전액이 퇴거대출로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세 15억 원 주택을 기준으로 9억 원×40%+6억 원×20%=4억8000만 원만 나온다. 전세보증금의 일부인 2억2000만 원은 자신이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이어 그는 “3개월 이내에 전입신고를 해야 하고, 추후 또 다른 주택구입은 하지 않는다는 약정체결도 해야 하는 등 절차 및 요건이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전세 낀 매물을 찾아야 하고, 2년 간 자신이 거주해야 할 전셋집도 자기자본으로 마련해야 한다.

결론은 전세 퇴거자금 대출을 통한 15억 이상의 강남 입성이 가능하긴 하지만 운신의 폭은 매우 좁아졌다는 얘기다. 서슬퍼런 정부의 거래 감시도 시장을 위축시키는 데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잠실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 상품을 달리하면 강남입성 문이 완전히 닫힌건 아니다보니 아주 치명적인 정책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정부의 자금조달 조사 상시화 등 감시로 갈아타기 수요는 이전보다 감소하고 거래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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