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종부세 강화로 매물잠김 현상 완화 기대
대출규제로 시장 유동성 축소···“현금부자 잔치될 수도”
“공급대책 여전히 미흡···실수요 불안심리 해소 못해”
“단기 조정 거친 후 집값 다시 뛸 것”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가 종합부동산 대책인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지난해 9·13대책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주택가격이 25주 연속 상승하는 등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자 대출·세제·청약 등 부동산 관련 전방위 규제를 가동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와 세 부담 증가로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번 방안에는 서울 집값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공급 위축 우려에 대한 해결책이 담겨 있지 않아 집값 안정화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도세 중과 배제·종부세 강화로 매물 잠김 완화 기대”

16일 업계 전문가들은 강력한 세 부담 예고와 대출 규제가 단기적으로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10년 이상 보유주택 양도 시 한시적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종합부동산세 세율 최대 0.8%포인트 상승, 2주택자 세부담 상한 ‘200%→300%’ 확대 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 급등의 근본적인 문제인 매물 잠김 현상을 일정 부분 완화시킬 것으로 내다 봤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이 매도자우위 시장 분위기다보니 여러 규제책에도 불과하고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강력한 세금 예고와 동시에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완화해 시장에 매물이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역시 “양도세 중과 완화로 시장의 공급량이 늘어남에 따라 한동안 시장이 조정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종부세 인상이나 공시가격 현실화는 내년 얘기이기 때문에 당장 시장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부자들 ‘똘똘한 한 채’ 독식하나···“대출규제 여파로 부동산 시장 초양극화 접어들 것”

기존 대출 규제를 강화한 부분도 시장의 유동성을 축소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12·16대책에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은 9억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에서 20%로 줄이는 것과 시가 15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되는 방안이 마련됐다. 아울러 대출 규제의 우회로로 활용된 전세자금대출 심사도 깐깐해진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세입자가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매입하거나, 2주택 이상을 보유할 경우 전세자금대출을 회수하는 방안이 시행된다. 양지영 R&D부동산 소장은 “이번 대책은 대출을 이용한 9억원 이상 아파트를 매입하는, 즉 갭투자자들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력한 대출 규제로 인해 현금부자들만 서울의 알짜단지,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소장은 “이번 대출 규제는 현금부자들만 서울 집을 살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며 “서민들은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은 초양극화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급 위축 우려 잠재울 만한 대책 여전히 미흡”

이번 대책이 주택시장에 심리적 압박 요인을 줄 수 있지만 단기적인 집값 상승 억제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특히 현재 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공급 위축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주택공급 부분에서는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만한 내용이 없었다는 게 공통된 지적 사항이다. 권 교수는 “대출규제나 세제 부담은 강화됐지만 공급은 이전의 주택공급 대책을 그대로 내놨다는 점이 아쉽다”며 “기존에 진행 중인 재건축·재개발 외에 특별한 공급대책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현재 단기적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지역은 비단 가수요나 투기수요만 있는 게 아니라 실수요의 가담도 있다”며 “원하는 지역에 얼마나 단기에 공급이 될 것인가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조바심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억제책 자체가 사실 지속성이 길지 못하다”며 “공급대책이 병행이 되면서 장기적으로 수급이 여건이 개선돼야 집값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역시 “서울의 집값 상승은 신규 공급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번 대책에서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며 “이에 따라 9·13대책 이후에 반등한 것처럼 중장기적으로는 조정이 끝나면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