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배 후보, 파업 성과 내세워 ‘세대교체’ 강조···유주선 후보, ‘통합’으로 맞불
김진홍 신한은행 노조위원장 ‘박홍배 지지’ 성명···여성 저임금직군 표심 ‘촉각’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홈페이지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홈페이지

10만 금융노동자들의 대표를 뽑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노) 위원장 선거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출신 후보들이 양자 대결 구도를 형성해 두 은행 간 자존심을 건 접전이 예상된다.

국민은행 출신 박홍배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과 파업 성과들을 바탕으로 지지세를 넓히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 출신 유주선 후보도 금노 내부 단일화를 바탕으로 통합 가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신한은행 현 집행부의 박 후보 지지와 여성 저임금직군 러닝메이트 보유 여부 등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노는 오는 19일 차기 위원장 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날 당선되는 위원장은 총 37개 소속 지부와 10만명의 조합원들을 대표하게 되며 은행연합회장과 은행장들을 상대로 산별교섭을 진행하는 등 금융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된다.

현재 위원장 자리를 노리는 이는 유주선 금노 사무총장(기호 1번)과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기호 2번) 두 명이다. 유 총장은 신한은행 지부장에 재선까지 한 인물로 이번 선거는 신한과 KB의 대결 구도로 주목받고 있다.

박 후보는 경험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뒤집고 현직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초반 지지세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17년에 처음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박 후보는 올해 초 18년 만에 노조 파업을 성공시키며 노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현재 국민은행 노조 현 집행부의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고 있으며 대형 시중은행 지부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노조 선거는 전체 조합원의 직선으로 선출되지만 대다수 조합원이 자신이 속한 지부의 집행부 지지에 따라 투표하기 때문에 간선제 성격이 짙은 편이다. 때문에 조합원 수가 많은 대형 지부의 집행부를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박 후보는 ▲조건 없는 정년 만 65세 연장 ▲직무성과급제 저지 ▲남성 육아휴직 1년 의무화 ▲단기업적주의 중심의 KPI제도 개선 ▲저임금직군 승진 확대 통한 임금 차별 해소 ▲사외이사 추천 주주 제안 또는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1972년생으로 다소 젊은 나이와 상대적으로 짧은 노조 경력을 바탕으로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한은행지부는 16일 박홍배 후보를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으로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사진=신한은행 지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한은행지부는 16일 박홍배 후보를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으로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사진=신한은행 지부

반면 한창규 금융노조 전략기획본부 부위원장과의 단일화를 이뤄낸 유 후보는 ‘통합’의 가치를 앞세우고 있다. 오랜 노조 경력으로 각 지부의 지지를 쉽게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있었지만 박 후보의 예상 외 선전으로 선거 초반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유 후보는 신한은행 노조위원장과 금노 사무총장 외에도 금노 정책국장·정책본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유 후보의 주요 공약은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폐지 ▲은행 영업시간 단축(오전 10시~오후 3시) ▲현행 KPI 폐지 등 은행 간 과당 경쟁 중단 ▲별도직군 폐지 및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금융기관 노동이사제 의무 도입 등이다.

가장 큰 변수로 여겨지는 것은 신한은행 조합원들의 내부 여론이다. 김진홍 현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16일 성명서를 발표해 같은 은행 출신의 유 후보가 아닌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는) 투쟁력과 교섭능력 등 위원장으로서 갖춰야 할 실력을 갖춘 후보”라며 “신한은 지난 6년간 유주선 후보의 실정을 똑똑히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노에도 새로운 사고를 가진 금융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며 “기호 2번 박홍배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한 내부 관계자는 “신한과 KB의 1위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신한 출신이 아닌 KB 출신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에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노조 집행부의 지지가 아닌 개별 판단에 따른 투표가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저임금직군의 표심도 핵심 포인트 중 하나다. 유 후보의 러닝메이트 중 한 명인 김연미 사무총장 후보는 기업은행 노조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끈 바 있다. 조합원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여성 저임금직군의 표를 다수 확보하는 데 강점을 발휘할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김동수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수석부위원장 후보), 박한진 기업은행 부노조위원장(사무총장 후보)과 손을 잡은 박 후보는 상대적으로 여성 저임금직군 유권자의 표를 확보하는 데 불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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