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상장 기업 8개···작년 比 38.5%↓
기업들 “증시 악화에 기업평가 제대로 받기 어려워”
미중 무역협상 등 내년 경기회복 따라 IPO 시장도 훈풍 예상 

하반기 IPO 월별 건수 현황. / 사진=조현경 디자이너

기업공개(IPO) 시장이 12월 들어서 활기를 잃는 분위기다. 최근까지 이어진 미중 무역갈등이나 일본의 수출 규제, 북한 핵문제 등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장을 미루는 기업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미중이 다시 무역협상에 나서고 있어 내년 국내 수출이 증가하는 등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날 경우 IPO 시장도 한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월에 상장했거나 상장 예정인 기업은 총 8곳이다. 10월엔 17개 기업이, 11월엔 20개 기업이 상장했다. 하지만 12월 들어 신규 상장기업 수가 전달보다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올해 12월 상장 기업 수는 작년 12월(13개 기업 상장)보다 38.5% 줄어든 규모다. 작년 IPO 전체 공모 규모는 이전 5년 치와 비교할 경우 최저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작년 연말 IPO 시장 분위기는 올해보다 한층 활발했던 셈이다.  

◇증시 악화 부담에 상장 철회 기업 잇따라

올해 연말에는 기업들의 상장 철회도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모바일 게임업체 미투젠은 지난 6일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하반기 들어 증시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미투젠은 지난 5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수요예측 결과가 애초 사측이 기대했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주식 시장이 악화하면서 현재로써는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미투젠은 증시가 안정화되는 시점에 맞춰 내년 상반기에 다시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2차전지 믹싱 시스템 제조기업인 티에스아이도 지난 5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철회, 내년 재상장을 기약했다. 이 외에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도 지난달 상장 철회와 함께 상장 시기를 내년으로 조정했다. 

◇기업들 “기업평가 제대로 받기 힘들다”

업계에선 12월 상장 기업 수가 저조한 것에 대해 최근 코스피 등 증시 부진에 따라 내년까지 좀 더 지켜보자는 기업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상장을 준비한 기업이라도 증시 악화 등 투자심리가 약화된 가운데 공모가마저 희망가격 범위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등 기업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경우 상장을 강행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상장한 제이엘케이인스펙션은 상장 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에서 공모가를 9000원으로 확정한 바 있다. 이는 희망공모가 밴드( 1만1000원~1만4500원) 하단보다 2000원 낮은 가격이었다.

지난달 22일 상장한 티움바이오도 희망공모가 밴드(1만6000~2만원)보다 낮은 1만2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같은 달 13일 상장한 한화시스템도 희망공모가 밴드(1만2250~1만4000원) 하단인 1만2250원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는 연말에 상장이 몰린다는 특수한 상황 외에도 미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악재에 따라 국내 증시가 계속 오르지 못하면서 투자 심리가 약화된 탓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 부진과 경기 악화가 연말 IPO 시장을 냉각시킨 주요 원인일 것”이라며 “최근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되고 있고 이에 내년 증시가 회복할 경우 IPO 시장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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