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교섭단체 협상 무산···‘패스트트랙 법안 반대 집회’ 한국당 지지자 국회 점거 농성
여야 4+1 협의체 선거법 단일안 마련도 중단···민주당 ‘원안 상정’ 방침에 군소野 반발

16일 예정됐던 본회의 개의가 재차 불발됐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예정됐던 본회의 개의가 재차 불발됐다. / 사진=연합뉴스

국회 본회의 개의가 재차 불발됐다.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저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여야 3당 교섭단체 협상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여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선거법 개정안 단일안 마련이 늦춰지면서다.

또한 국회는 한국당‧우리공화당 지지자들이 ‘패스트트랙 법안 반대 집회’ 이후 국회 본청 진입 시도‧점거 등으로 본회의 개의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판단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오늘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개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대화와 타협이 아닌 거부와 반대만 일삼는 정치, 상대를 경쟁자나 라이벌이 아닌 적으로 여기는 극단의 정치만 이뤄지는 상황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며 “국회의장인 나의 책임을 통감한다. 지금껏 국회는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만 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권여당은 물론 제1야당을 비롯해 모든 정당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상식, 이성을 갖고 협상에 나와 주기를 의장으로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선거법 개정안, 검찰개혁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유치원 3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과 민생법안, 예산부수법안 등을 일괄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해당 법안들의 처리 시한이 임박했고,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예고해왔던 만큼 조속히 법안 처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이었다. 또한 ‘여야 4+1 협의체’의 선거제 개혁 단일안 마련도 임박했다는 판단도 이날 본회의 개의 가능성을 높게 만들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본회의 개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문 의장은 오전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를 소집했지만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가 불참했고, 오후에도 재차 소집했지만 심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문 의장은 당초 여야 3당 교섭단체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본회의를 개의하려 했지만, 바른미래당까지 본회의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문 의장이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을 소집했으나 일부 원내대표가 오지 않았다”며 “그런 상황에 대해서도 계속 합의가 필요하고 조속한 시일 내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상하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가 이뤄진다면 본회의 시간을 잡는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여야 합의가 있을 경우 본회의 개의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본회의 개의가 무산된 것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진행된 보수 정당 지지자들의 규탄집회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규탄집회에서 한국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은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의 불법성, 부당성 등을 강조하면서,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문 의장의 사퇴를 강력 촉구했다. 집회 직후 지지자들은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고, “날치기 정당 세금도둑 민주당은 해체하라”‧“날치기 공수처법 사법장악 저지하자”‧“날치기 선거법 좌파 의회 막아내자” 등 구호를 위치며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 의장은 “특정 세력의 지지자들이 국회를 유린하다시피 했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여야 정치인 모두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선거법 개정안 관련 여야 4+1 협의체의 협상이 중단됐다는 점도 문 의장의 본회의 개의 결정에 부담을 줬다. 한국당의 반발이 이어지고 협의체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는 본회의 개의를 통한 실익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4+1 협상이 난항에 직면했음을 고백한다”며 “선거개혁과 검찰개혁에 대한 초심보다는 서로의 주장이 더 앞서는 경우가 많아져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인 준영동률 반영 비율, 석패율제 등과 관련해 민주당과 군소야당간 의견 조율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원내대표 회동 등을 통해 협의체를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정의당 등 군소야당들은 민주당의 협상 불발에 따른 원안 상정 방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은 개혁을 거부하는 한국당과의 합의를 의식해서 수시로 브레이크를 밟다가 결국 4+1 테이블에 개혁의 원칙이 크게 훼손된 안을 들이밀었다”며 “비례대표 100석을 건의한 선관위 개혁안에서 대폭 후퇴해 75석에 연동률도 50%로 낮춘 선거법 개정안을 성안하고, 이마저도 지키지 못하고 60석으로 낮추었다가 또 50석으로 또 줄이고, 이제는 연동의석 30석으로 캡을 씌운다는 안을 내놓고 합의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그런 자유한국당과의 협상카드를 흘리고 또 한편으로는 4+1 협상이 뜻대로 안되면 원안을 상정해서 부결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압박을 하고 있다. 이것은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에 대한 협박”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날치기 상정 저지 규탄대회'에 참가했던 보수단체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선거법·공수처법 반대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날치기 상정 저지 규탄대회'에 참가했던 보수단체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선거법·공수처법 반대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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