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지난 13일 극적 1단계 합의···최종 서명은 ‘내년 1월쯤’ 전망
향후 협상은 中의 1단계 이행 여부에 달려···핵심쟁점 논의도 과제

/ 사진=연합뉴스(AP)
17개월째 장기간 무역전쟁을 벌였던 미국과 중국이 극적으로 1단계 합의에 성공했다.  / 사진=연합뉴스(AP)

17개월째 장기간 무역전쟁을 벌였던 미국과 중국이 극적으로 1단계 합의에 성공했다. 미국은 중국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G2(미국·중국) 국가의 1단계 합의로 세계 경제, 수출 분야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양국이 아직 화웨이, 지식재산권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과제는 해결하지 않아 향후 2단계 협상까지의 과정은 첩첩산중일 것으로 보인다.

◇1단계 합의엔 성공···타결 이후 2단계 전망은 ‘불투명’

미국과 중국은 지난 13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협상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중국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다. 대신 중국은 미국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면서 “2단계 합의에 관한 협상을 바로 시작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번 합의로 중국 정부도 지난 15일 예정이었던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조치를 철회했다.

1단계 합의는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 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합의 후 “중국이 2017년 대미수입액이었던 240억 달러를 기준으로 향후 2년간 미국산 농수산물을 320억 달러 추가 구입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수입물량의 대상이나 수량, 구입 시기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양국의 향후 2단계 협상은 중국의 1단계 합의 이행 여부와 양국의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로 점쳐진다. 특히 이번 미중 1단계 무역합의안 내용에 담길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 해제가 담기지 않아, 양국의 남은 과제는 ‘화웨이’로 예상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5일 미중 1단계 무역합의의 성패를 평가하면서 가장 큰 패자는 ‘화웨이’라고 했다. 화웨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특별 관심사이기도 했다. 그동안 화웨이는 고위급 무역협상 과정에서 매번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지만, 정작 이번 1단계 협상에서는 합의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최종 논의 테이블에서 빠졌다.

WP는 “무역전쟁 와중에 화웨이가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상징하는 ‘포스터아이’(질병 등 특정한 문제에 대한 홍보를 위해 포스터에 나오는 아이)가 됐지만, 정작 1단계 무역합의안은 이러한 상황을 방치했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합의 도출 과정에서 농산물과 관세 이외의 것들을 제외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2~3차 협상에서 화웨이를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번 합의에서 누락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포스터아이’를 중국에 쓸 때는 화웨이, 홍콩·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미국 내 중국 인사들의 스파이 행위 등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무역전쟁 시작은 화웨이 등 첨단기술기업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최종 합의를 위해선 화웨이 제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향후 2~3단계 무역협상의 최종 타결 및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양국 입장 차이는 여전···무역 합의 불발 가능성도

양국의 1단계 합의 이면에는 중국의 불명확한 입장이 존재한다. 합의 내용대로라면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 구입해야 하지만, 최근 내수 시장의 성장 둔화로 고정중인 중국에게 이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7월 이후 중국의 분기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 곡선을 그려왔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6.5%를 기록한 후 같은 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6.4%로 하락했다. 올해 2분기에는 6.2%를 기록했고, 3분기에는 6%대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 당국이 분기 성장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2년 이래 27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중국 경제 성장률. /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표=조현경 디자이너
중국 경제성장률. /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표=조현경 디자이너

우선 양국은 장기간 이어진 무역 분쟁을 1단계 합의로 일단락 지었지만, 관세 제재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와 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매 이행 계획은 불투명해 합의는 언제든지 불발로 마무리될 수 있다.

1단계 합의에 대한 최종 성명도 걸림돌로 남았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합의 후 “내년 1월 첫째 주에 최종 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지만, 양국의 이번 합의는 핵심 쟁점이 빠진 스몰딜이라는 점에서 최종 서명 여부도 확실치 않다. 이번 합의가 ‘일시적 휴전’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 미중은 지난 10월 고위급 협상을 통해 무역 갈등을 완화할 제한적 1단계 합의를 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를 계기로 10월 추가로 시행 예정이던 대중 관세 인상을 보류했고, 중국은 대규모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약속했다. 하지만 당시 합의는 미국이 기존에 부과 중이던 대중 관세를 유지한 데다 12월15일 예정된 추가 관세도 철회하지 않았고, 중국 역시 기술 이전 약속과 자국 기업 보조금 문제 등에 확실한 개선이 없었다는 한계를 노출했다.

결국 양국의 향후 2단계 협상 관전 포인트는 중국의 1단계 합의 이행 여부와 양국의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로 예상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1월에(1단계 합의가) 완전히 실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2단계 합의를 위한 중요한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2단계 합의 A, 2단계 합의 B, 2단계 합의 C 등이 있을 것이다. 지켜보자”고 밝혔다.

즉 1단계 합의에 대한 중국의 이행을 전제로 2단계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므누신 장관은 1단계 합의가 불이행될 경우와 2단계 협상이 파행을 맞을 경우 미국은 언제든지 추가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현재 남아 있는 대중 관세를 향후 협상에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국은 일단 이번 합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이번 합의는 개혁개방 심화라는 방향성과 질 높은 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내부 필요성에 일치한다”며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경영 환경 개선, 시장 접근 확대, 외국 기업을 포함한 중국내 모든 기업의 권익 보호, 중국기업의 미국내 보호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전문가들이 이번 합의와 관련, 미중간 갈등이 재연될 수 있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중국에 대해 변덕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왕융 베이징대 국제정치경제연구센터 주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급변할 경우 새로운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1단계 합의의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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