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누적 매출 6.6% 하락···컨슈머헬스본부 출범시켜 일반약·화장품 사업 추진
영업 부문 노하우 부족, 최용주 사장 역할 주목···컨슈머헬스 책임 성재랑 전무에 힘 실어줘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삼진제약이 오너 2세인 최지현 상무와 조규석 상무를 동시에 승진시키며 경영권 승계를 예고하고 나섰다. 이들 오너 2세 2명은 당장 시급한 현안으로 매출 회복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진은 올해 컨슈머헬스사업본부를 출범시키며 일반의약품 매출 활성화와 화장품 사업에 착수한 바 있다. 

삼진제약은 오는 2020년 1월1일부로 임직원 123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오너 2세인 최지현 상무와 조규석 상무를 동시에 전무로 승진시킨 것이다. 

삼진제약은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이 지난 1968년 공동 설립했다. 최 회장과 조 회장은 삼진의 공동 오너로서 모범적 경영을 펼쳐 왔다는 평가를 업계에서 받는다. 이들의 2세인 최 전무와 조 전무가 동시에 승진하며 향후 대권 승계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전무의 재직 기간은 10년 5개월이다. 1974년생인 그는 홍익대 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진제약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 전무는 1971년생이다. 텍사스대(알링턴)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삼진제약에서 10년 5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입사 시기와 나이는 다르지만 최 회장과 조 회장은 이들을 2015년 말 이사, 2017년 말 상무로 나란히 승진시키며 경쟁시켜 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오는 2021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최 회장과 조 회장 두 명의 전문경영인이 물러나고 최 전무와 조 전무가 삼진제약 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021년 최 회장과 조 회장의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확실한 것은 두 명의 전무가 삼진제약 경영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점이다. 1941년생 동갑인 최 회장과 조 회장이 어느 시점에서는 물러날 수밖에 없고, 그 대안은 최 전무와 조 전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최 전무와 조 전무가 삼진제약 경영권 승계에 앞서 정지작업으로 중요한 것은 올해 소폭 하락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로 요약된다. 삼진제약의 올해 경영 실적은 일부 부진한 것으로 집계된다. 3분기 누적 매출은 1827억7400만원이다. 전년에 비해 6.6%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5억1700만원이다. 전년 대비 하락률은 7.7%다. 매출 하락률과 엇비슷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95억1500만원이다. 순이익 하락률은 72.0%다. 올 초 납부한 세무조사 추징세액(추징금) 220억6392만1170원의 여파로 분석된다. 이 같은 매출 하락은 삼진제약 경영진이 컨슈머헬스사업본부를 출범시켜 일반의약품 활성화와 화장품 사업을 추진하는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발족한 컨슈머헬스사업본부는 게보린 등 일반약 매출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미 삼진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게보린소프트연질캡슐 품목허가를 받아 내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 지난달 하순에는 아네모정 패키지와 포장 단위를 변경한 리뉴얼 제품을 출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화장품 사업에서도 일부 실적을 냈다. 삼진제약이 지난 10월 에이비에이치플러스(abh+) 브랜드의 스누아토 크림 약국 유통을 개시한 것이다. abh+ 브랜드는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와 병원 의약연구혁신센터 박사급 연구인력 30여명의 환자 임상경험 등 연구로 탄생했다. 즉 삼진제약 자체 연구로 탄생한 브랜드는 아니라는 의미다. 

삼진제약은 이번 인사에서 컨슈머헬스사업본부 책임자인 성재랑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일반약 매출을 늘리고 화장품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성 전무에 힘을 실어준 인사 발령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 전무와 조 전무는 영업 부문에서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고 취약하다는 근본적 약점을 갖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18년간 삼진제약을 경영해 왔던 이성우 대표이사 사장이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물러난 후 그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재 삼진제약 영업은 최용주 대표이사 사장 책임 하에 운영되고 있다. 삼진제약 창업주에 비하면 적지만 그도 회사에서 37년 넘게 근무한 원로다. 여러 포인트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영업 노하우를 익히고, 안정태·이규일·박수남 상무와 이용정·최문석·우종형·정세형 이사 등 각 영업본부 책임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향후 최 전무와 조 전무가 대표이사를 맡게 되면 현 대표를 포함해 대폭의 물갈이를 해야 할 것”이라며 “삼진제약에 오래되고 낡은 이미지가 일부 있는데 이 같은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밖에도 최 전무와 조 전무가 회사 경영에서 챙겨야 할 점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세무당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을 때마다 수백억원 추징세액을 납부하는 것은 회사 회계 시스템 등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한다. 실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삼진제약이 각각 197억2886만9810원과 221억여원 추징세액을 통보받았다는 점은 향후 근본적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초래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진제약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이 22.2%에 달하는 우수 업체”라며 “매출만 회복시켜놓고 세무 시스템만 갖추면 단기간에 연매출 3000억원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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