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 휘말린 이후 인사시기 점치기 더 힘들어져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12월 첫째 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이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 그 다음 삼성 비(非) 전자계열사들 사장단 및 임원인사.’

삼성 인사와 관련해 하나의 공식과도 같았던 흐름이다. 아무리 ‘인사는 발표 직전까지 그 누구도 모른다’고 하지만 기업마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인사를 하고 그렇게 새로 꾸려진 진용을 바탕으로 사업방향을 구상한다. 허나 삼성전자 인사와 관련해선 이 같은 흐름이 점차 깨지는 모습이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이후 그룹이 변혁을 겪으며 인사 기획마저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현재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아직 단행되지 않았다. 12월 첫째 주 수요일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삼성 안팎에서 유력하게 점쳐졌던 그 다음 주도 인사 없이 넘어가게 된 것이다.

이번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이 각종 재판 이슈에 휘말려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의 재판이 어떻게 결론날지 모르는 상황인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관련 재판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설립 방해 의혹 사건 등에 삼성전자 주요 인사들이 걸려있기 때문에 함부로 인사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과감한 혁신과 내부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에도 삼성전자 인사를 놓고 뒷말이 많았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가 이뤄지고 곧바로 부사장 이하 급 임원인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전자 인사가 이뤄진 이후 비(非)전자 계열사 인사도 바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한 재계 인사는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조율할 것이 많을 경우 인사가 늦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인사공식이 깨지게 된 이유를 큰 줄기에서 따져보면 최근 몇 년 간 경영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도 폐지하게 돼 그룹 인사 과정 자체가 이전과 크게 바뀌게 됐다. 또 국정농단 사태에서 파생되는 수사와 재판에 이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계속 법적 리스크를 안은 채 경영을 하는 상황이 됐다. 조직이 대외적으로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게 되면서 인사를 할 때에도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경우 경영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한 대기업 인사는 “인사가 통상 나야할 시기에 인사가 나지 않으면 직원들도 불확실성 속에 일을 하게 되고 미래를 계획하기 힘들어진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를 하지 않고 16일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시작하게 됐다. 앞으로의 경영방향을 설정하는 주요 자리가 새롭게 진용을 꾸리지 못한 채 열리게 됐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인사 시기가 왔다갔다 하거나 미뤄지게 되면 결재 프로세스 등과 관련해 조직 내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며 “이번 삼성의 인사는 안정적인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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