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서 공개한 E-GMP, 2021년 1Q 출시 ‘현대차 NE’, 2Q 출시 ‘기아차 CV’에 첫 적용
“LG화학 배터리 탑재 유력”···현대차 목표 세계 2위, 전체 배터리업계 수혜 전망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EV 콘셉트카 45’. 해당 콘셉트카는 E-GMP가 적용된다. 이를 기반으로 오는 2021년 1분기 출시 예정인 현대차 NE가 제작될 예정이다.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상품본부 토마스 쉬미에라(Thomas Schemera) 부사장,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 정범구 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EV 콘셉트카 45’. 해당 콘셉트카는 E-GMP가 적용된다. 이를 기반으로 오는 2021년 1분기 출시 예정인 현대차 NE가 제작될 예정이다.(왼쪽부터)현대차 상품본부 토마스 쉬미에라(Thomas Schemera) 부사장,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 정범구 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 사진=현대차

오는 2025년 글로벌 전기차 세계 2위 기업으로 성장해 수소전기차 등과 더불어 글로벌 3대 전동차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마스터플랜이 내년부터 속속 가시화 된다. 완성을 목전에 둔 것으로 알려진 ‘E-GMP’가 그 첫 단추가 될 전망이다.

E-GMP는 ‘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약자다. 이름 그대로 전기차 플랫폼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기존 내연차 플랫폼을 활용해 전기차를 생산해 왔다. 내연엔진 등을 제거한 공간에 전기모터를 탑재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E-GMP는 애초부터 전기차를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다. 자연히 현대차그룹만의 정체성이 이 플랫폼에 녹아들 것이란 평이 지대하다.

이번 개발은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최초다. 또한 전문 전기차 생산업체 및 글로벌 완성차업계를 통틀어서도 상당히 손에 꼽힐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 측은 지난 1월 ‘2019 세계가전전시회(CES 2019)’에서 해당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내년 초 개발을 완료하고, 오는 2021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자연히 올 한 해 유관업계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다. 모터모듈과 배터리모듈 등을 단독 수주한 현대모비스는 지난 8월 울산 이화산업단지에 E-GMP 기반 전기차 전용 부품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추가 설비투자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공급을 두고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응찰했다.

특히 국내 배터리기업들은 중국·일본 등 경쟁 국가·업체들에 비해 태생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던 만큼 이번 개발을 환영하는 눈치다. 중국의 경우 완성차업계와의 기술 간극을 줄이는 데 실패하고, 일찍부터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범국가적 지원이 더해졌으며, 방대한 내수시장 등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일본의 경우 복수의 자국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를 지녔다는 장점이 있었다.

국내는 이와 거리가 있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마땅한 완성차기업이 없었으며, 내수시장 자체가 작다 보니 전기차에 대한 범국가적 지원에도 한계가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E-GMP 개발은 내연차 중심에서 전기차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자, 이를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이 세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란 점에서 배터리업계 입장에선 상당한 이점으로 기대됐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폭스바겐그룹의 경우 스웨덴 노스볼트와의 합작사를 비롯해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및 중국의 CATL 등 5개 공급처를 확보했다”며 “현대차가 목표한 대로 글로벌 2위에 오르기 위해선 복수의 배터리업체로부터 납품받아야 하는데, 자연히 국내 업체들에게도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현대차, 기아차 등에 지속적으로 배터리 납품을 해 온 곳들”이라면서 “E-GMP 공급사로 선정될 업체가 얻게 될 수혜가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분명히 크겠지만,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복수의 배터리업체로부터 공급받는 현실에 비춰보면 다른 업체 역시 적지 않은 수혜를 얻계 됨은 분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까지 현대차그룹은 물론, 응찰한 LG화학·SK이노베이션 등은 모두 관련 입찰에 대해 함구하는 분위기다. 상반기 납품업체 선정이 완료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현재까지 해당 기업이 어디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납품 규모는 250만대분, 150GWh로 오는 2021년까지 네 차례 나눠 발주될 예정인 것으로만 알려진 상태다.

발주금액만 총 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입찰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LG화학의 낙찰 가능성을 좀 더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LG화학이 낙찰됐으며 현대차와 함께 해당 플랫폼의 배터리 관련 설계 부문을 최종 조율 중이란 전언도 있다.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까진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에 배터리 납품을 독점하다시피 해 온 LG화학은 현대모비스와 49:51의 지분율로 HL그린파워를 설립한 바 있다. HL그린파워는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셀을 구입해 배터리팩을 만들어 현대모비스에 납품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보다 현대차와의 사업적 연결고리가 두텁다는 이유에서, LG화학이 E-GMP의 배터리 납품을 맡았을 공산이 크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E-GMP가 처음 적용될 모델은 현대차의 NE와 기아차의 CV다. 이 두 제품은 모두 준중형 크로스오버차량(CUV)이다. 특히 NE의 경우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프루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45 일렉트릭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해당 콘셉트카는 G-EMP에 한국 최초의 고유 완성차 모델 ‘포니’를 재해석한 디자인이 적용돼 큰 관심을 끈 모델이다.

두 차는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 최대 500km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 한정했을 때, 서울에서 출발해 전국 대다수 지역까지 한 번에 다다를 수 있는 주행거리다. 또한 기존 전기차 대비 주행거리가 25% 향상된 수치다. NE와 CV는 각각 2021년 1분기와 2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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