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매각설엔 늘 ‘사모펀드’가 함께 있어
장관이 언급한 대주주 적격심사제도, 현실화 가능성 높지 않아

연말을 실감한다. 술자리가 늘었다. 친한 사람은 친하다는 이유로 만나고, 평소에 잘 못 보던 사람은 잘 보지 못했기 때문에 만나는 연말이다.

서로 근황을 묻고 나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술 마시며 일 얘기 하는 게 제일 끔찍하다지만, 뭐 별 수 없다. 최대한 일 얘기가 아닌 것처럼 잘 포장해서 말하는 방법 외엔 시간을 보낼 방법이 없다.

만나는 사람 중엔 항공업 종사자를 비롯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이 전해주는 항공사 소문엔 늘 사모펀드가 있다. 신생 항공사부터 대형 항공사까지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 경영권 분쟁에 이어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의 매각설에도 사모펀드가 함께하고 있다.

이처럼 실체 없이 떠도는 말들 속엔 국가 기간산업의 제도적 허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항공업은 금융업, 통신업 등과 마찬가지로 국가 기간산업 중 하나다. 국가 기간산업의 공통점은 투기자본에 엄격한 시선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금융, 통신과 달리 항공업은 이를 차단할 시스템이 없다.

이에 대한 비판도 있었고, 개선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다만 현재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지난 10월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신생 항공사에서 벌어지는 대주주와 경영진 간 경영권 분쟁 등에 대한 의견을 묻자 “금융이나 방송처럼 대주주 적격심사제도를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서 검토를 해 보도록 하겠다”라고 답변했다.

대주주 적격심사제도는 말 그대로 국가 기간산업에 투자하는 대주주의 자격을 심사하는 제도다. 금융업은 일찍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통해 이를 명시하고 있다. 해당 법률을 살펴보면 대주주의 건전한 금융질서 유지 여부 등을 검토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사모펀드 자체는 나쁠 게 없다. 돈이 필요한 기업에 비용을 투자하는 건 양 쪽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다만 ‘검은머리 외국인의 헐값 매각’ 등 우려되는 부분이 있기에 국가 기간산업 투자 시엔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제도가 만들어 지는 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났던 대부분의 인사가 각자의 근거를 이유로 이같이 예상한다. 재밌는 건 각자의 근거는 다르지만 결론은 항상 같다는 점이다. “말만 그렇게 했지, 장관이 항공업에 관심이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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