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에 두 개 머리 지닌 새 뜻하는 ‘공명지조’···전국 대학교수 1046명 설문조사 결과

그래픽=교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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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꼽았다. 서로 운명공동체임을 모르는 한국 사회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3%(복수응답)인 347명이 공명지조를 선택했다. 공명지조는 ‘아미타경’을 비롯한 불교경전에 많이 등장하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글자 그대로 ‘목숨을 함께 하는 새’다. 서로가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살 수 없는 운명공동체라는 의미다.

‘불본행집경’과 ‘잡보잡경’에 따르면 이 새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는 이에 질투심을 가졌다. 질투심을 느낀 한 머리가 독이든 열매를 다른 머리에게 몰래 먹여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공명지조를 올해의 성어로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징적으로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같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명지조의 뒤를 이어 300명(29%)의 선택을 받은 사자성어는 ‘어목혼주’(魚目混珠)였다. ‘물고기 눈이 진주로 혼동을 일으켜 무엇이 어목이고 진주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여 있는 상태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이를 추천한 문성훈 서울여대 현대철학과 교수는 “올해 우리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라며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던 조국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 하나는 어목이거나 진주일 수 있고, 아니면 둘 다 진주이거나 어목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올해는 무엇이 진짜 어목이고 진주인지 혼동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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