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 5G 요금제 8가지로 가장 많아
중저가요금 출시 압박에도 이통 3사 꿈쩍 안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5G 요금제 다양화는 이동통신 시장점유율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현재 출시된 5G 요금제를 놓고 보면 이통 3사 가운데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의 5G 요금제 수가 8종으로 타 통신사보다 2배 많았다. 시민단체는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부터 5G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SK텔레콤과 KT의 경우 5G 요금제가 단 4가지다. 월 5만5000원으로 시작해 최대 월 13만에 달하는 요금제로 구성됐다. 5G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요금제는 8만원 이상 요금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월 5만5000원 짜리 요금제는 데이터를 8GB밖에 제공하지 않는이다.

SK텔레콤의 낮은 두 구간 요금제를 비교해 보면 가장 저렴한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양이 8GB인데 반해 스탠다드 요금제의 경우 150GB으로 크게 늘어난다. KT 역시 가장 낮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양은 8GB지만 베이직 요금제의 데이터는 무한으로 제공된다. 데이터 차이를 급격하게 두면서 고가 요금제로 이용자를 유도하려는 복안이다. 즉, 가장 저렴한 요금제는 구색 맞추기 용인 셈이다.

그나마 LG유플러스 선택지는 8가지다. LG유플러스는 데이터 150GB를 제공하는 월 7만5000원의 스탠다드 요금제가 있다. 그러나 라이트 구간으로 가면 데이터 양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타 통신사와 다르지 않다. 청소년과 시니어를 위한 월 4만5000원의 요금제가 있지만 데이터 제공양은 8GB에 불과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업계 대비 2배인 총 8종의 5G 요금제를 제공하며 고객들의 선택권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며 “올 여름 출시한 업계 최초 4만원대 5G 요금제가 대표적이다. 5G 상용화 한 달 후인 지난 5월에는 가족 3명이 결합하면 5G 요금제를 반값에 쓸 수 있는 결합 할인도 내놨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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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지난 12일 5G 이용자 7명과 함께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들은 이통사 커버리지맵 상에서 5G 서비스 제공 지역이나 실제로 LTE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았고 전환 과정에서 인터넷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거나 중단돼 분쟁조정을 택했다.

이들은 5G서비스가 안정화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LTE 수준으로 1만∼2만원 요금을 인하하거나 위약금 없이 가입을 해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통 3사 CEO에게 5G 중저가 요금제를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최 장관은 이통3사 CEO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5G 이용 확대가 통신비로 인한 국민들의 생활비 부담 과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단말기 다양화 및 중저가요금제 출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 장관은 지난 5일 서울무역보험공사에서 진행된 제2차 범부처 민관 합동 5G+ 전략위원회에서도 통신비 인하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5G가 지난 4월 상용화된 후 8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5G 요금제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지난달 4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KB국민은행 알뜰폰(MVNO) 리브엠 5G 요금제가 혁신적이다.

리브엠은 알뜰폰에서는 최초로 5G를 서비스한다. 월 4만4000, 6만6000원의 요금제로 구성됐다. 라이트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양이 9GB인 것은 아쉽지만 두 요금제 모두 가격이 이통 3사에 비해 저렴한 것은 확실하다. 게다가 KB국민은행 거래를 하거나 국민카드를 쓸 경우 월 요금이 최대 7000까지 떨어질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이에 반해 이통사 3사는 5G 요금제를 늘리지는 않고 3G, LTE 요금제만 대폭 줄였다. SK텔레콤은 40종, KT는 60종, LG유플러스는 35종에 달하는 요금제를 폐지했다. 소비자 혼란을 방지하고 더 나은 조건의 신요금제를 사용하기 위함이라고 이통사들은 설명했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새로운 요금제의 경우 비슷한 가격대보다 데이터 제공양이 많더라도 가격만 놓고 보면 조금씩 가격이 더 비싼 경우가 많다. 가족결합할인의 경우도 구 요금제에서 최대 50% 할인을 받을 수 있었으나 신 요금제에서는 최대 30% 할인밖에 받을 수 없어 월 납부 금액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존 요금제를 유지하는 조건이 더 나은 경우도 더러 있다.

문제는 부족한 망을 사용하면서도 같은 값을 지불하는 데 있다. 고가의 5G 요금제를 쓰면서도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5G-LTE가 전환하면서 장애가 일어나고 배터리 소모가 많아지자 5G 이용자들 가운데 LTE 우선모드를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요금은 5G 요금을, 서비스는 LTE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통사에서 단말기를 교체할 때 요금제 유지조건이 끝나는 시점에서 LTE로 요금제를 변경하는 일도 허다하다. SK텔레콤은 이마저도 막았다. 5G 단말기에서 LTE 요금제로 변경하기 위해 5G 단말기 유심을 빼서 LTE 단말기에 장착한 다음 LTE 요금제로 변경해 다시 5G 단말기에 꽂아서 LTE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이 방법을 차단하고 이렇게 할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고 대리점을 통해 안내까지 했다.

이에 대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이는 시장 지위를 남용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SK텔레콤은 1위 사업자답게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중저가 요금제를 선제적으로 출시해 다른 통신사도 함께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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