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삼성SDI 등 배터리업계 투자 잇따라···한국, 헝가리 최대투자국
완성차 업체 밀집한 독일과 가깝고 법인세는 OECD 최저···“기회의 땅”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페테르 씨야르토 헝가리 외교부 장관이 지난 12일 SK이노베이션 본사를 찾아 김준 총괄사장과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이 공식 일정이 아니었던 만큼, 그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헝가리에 지속적인 투자를 한 데 따른 예방 차원의 의미가 컸다”고 소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롬에 공장을 가동 중이다. 8400억원을 투자해 1공장을 완성한데 이어, 추가적으로 9400억원을 투자해 2공장을 건설 중이다. 두 공장 설립에만 1조7800억원을 투입했다.

SK 측은 유럽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헝가리를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현재 공사 중인 공장은 지난 3월 착공했으며 내년 1분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1공장을 통해 7.5GWh의 생산능력을 지닌 SK이노베이션은 2공장 완공 시 9GWh의 생산량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헝가리에 투자한 것은 SK이노베이션뿐만이 아니다. 삼성SDI도 헝가리 괴드에 배터리 생산설비를 가동 중이다. 최근 BMW그룹과 대형 계약을 체결한 삼성SDI는 1공장 인근에 1조2000억원을 들여 2공장 설립을 현재 계획 중이다. 삼성SDI의 헝가리 배터리 2공장은 내년 착공해 이듬해 완공돼 본격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헝가리를 택한 까달은 이곳의 입지와 각종 세제혜택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 거래처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들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독일에 집중돼 있는데, 헝가리에서 독일까지 차로 수 시간 이내에 다다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더불어 동구권인 헝가리는 서구권에 비해 공장 설립비용 및 인건비 등이 저렴하다.

또 헝가리의 법인세는 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낮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거리가 가깝고, OECD 뿐 아니라 유럽 내에서도 낮은 수준의 법인세율이 적용되다 보니 현지시장을 공략하려는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는 것이다. SK와 삼성 외에도 두산을 비롯한 복수의 기업들이 헝가리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타진 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초 독일이 헝가리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국가로 꼽혔으나, 배터리업계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한국이 헝가리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국간 교역규모도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 추세다. 2015년 17억5000만불이던 교역규모는 지난해 27억달러로 3년 새 대폭 뛰어 올랐다. 올해 교역규모도 전년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액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 외에도 헝가리와 인접한 폴란드에 LG화학 배터리 생산 공장이 가동 중인 만큼, 주요 배터리 소재업체들의 현지진출이 잇따를 전망”이라며 “성장하는 유럽의 전기차 생태계에 발맞춰 우리 기업들이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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