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100% 자회사로 편입
“재무구조 개선 기대···사업·영업에서 시너지 효과 얻을 것”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상장사인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가 된 후 비상장 회사로 전환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작업으로 두산건설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재무구조 개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재무구조 개선이 예상됨에 따라 불안한 재무구조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두산건설의 민간 투자 사업들도 활기를 띠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산건설, 두산중공업으로 100% 편입···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결단

13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전날(12일) 이사회를 열고 두산건설의 지분 100%를 확보해 완전 자회사로 전환하는 안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보유 중인 두산건설 지분 89.74%(9월 말 기준) 외 잔여 주식 전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결단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박 회장은 과거 두산건설 부회장과 회장을 역임하는 등 두산건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건설은 지난 2013년 준공한 ‘일산 위브더제니스’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자금난에 빠진 후 오랜 실적 부진에 따른 만성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 자산·사업부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대규모 손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두산그룹 역시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유상증자와 현물출자 등 조 단위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우려에 휩싸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5월 동시 유상증자를 단행해 9483억원을 조달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두산건설의 재무 부담이 전이돼 그룹 지주사인 두산과 두산건설의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이 모두 한 단계씩 강등돼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올해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상장 폐지와 완전 자회사 편입 등의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는 자회사 전환 작업이 두산건설로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큰 선택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두산그룹에서 두산건설을 매각하기보다는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번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회사로 들어감으로써 재무구조가 더 좋아질 수 있고, 두 회사가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는 만큼 위기에 몰렸던 두산건설로선 한 시름 놓게 된 셈이다”고 설명했다.

◇“재무구조 개선 기대”···서부선 등 민간 투자 사업 활기 찾을까

불안한 재무구조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민간 투자 사업이 물꼬를 틀지도 관심사다. 두산건설은 그동안 주택사업 환경 위축과 공공공사 발주 축소 등에 따라 민간 투자 사업에 관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불안한 재무구조로 인해 사업 진행은 쉽지 않았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건설이 민자 사업을 벌일 때 떠안아야 하는 금융 조건과 선투입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실제로 두산건설은 올 5월 서울 동북선 도시철도 민간 투자 사업 건설공사 계약을 포기한 바 있다. 동북선 도시철도 민간 투자 사업은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과 노원구 상계역 사이 13.4km 구간에 지하철을 구축하는 공사로 총사업비는 1조2000억원에 이른다. 두산건설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해 2375억원 규모의 수주액을 확보했었다. 하지만 기업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에서 선투입해야 하는 자금과 추후 제공해야 하는 자금 등 금융 조건에 부담을 느껴 사업을 포기했다. 이 같은 이유로 두산건설이 참여했던 다른 민자 사업의 사업 포기가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랐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이번 조치로 두산건설의 경영 효율성이 커지고 대외 신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식 전량을 보유함으로써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건설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재무구조 개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기존에는 두산건설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의견을 반영해야 했다. 아울러 올해 유동성 지원을 통해 재무구조가 소폭 개선된 만큼 고삐를 죄려는 의도도 담겼다. 두산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7년 194.7%에서 지난해 552.5%로 3배 가까이 상승했지만 유상증자 등을 통해 256.8%로 낮아졌다.

현재 두산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민간 투자 사업은 주관사로 참여한 ‘서울 서부선 경전철’이다. 두산건설이 2017년 최초 제안한 서부선은 새절역에서 신촌, 여의도를 지나 서울대입구역까지 총 16.15km(16개 정거장)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총사업비만 1조6191억원에 달한다. 현재는 2026년 개통을 목표로 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서 민자 적격성 조사를 받는 중이다. 사업은 BTO-RS(위험분담형) 방식으로 진행된다. BTO-RS는 민간 사업자와 정부가 이익이나 손실을 절반씩 나누는 것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서부선을 포함해 현재 두산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이번 사안과 관계없이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오히려 향후 진행될 사업과 영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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