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회계상 마일리지 부채 2조3111억원···마일리지 사용 촉진 통해 해결 관측도
마일리지 공제 기준 지역에서 거리로 변경···장거리 마일리지 공제↑, 단거리 마일리지 공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대한항공이 밝힌 8일 오전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서 직원들이 평소처럼 근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이 대대적인 마일리지 제도 개편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이 대대적인 마일리지 제도 개편에 나섰다. 현금과 마일리지의 복합결제가 가능해진 것이 주요 특징이지만, 보너스 항공권 사용 시 마일리지 공제 기준이 지역에서 거리로 변경됐다는 점과 낮아진 일반석 마일리지 적립률도 눈에 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비용절감’을 외친 후 제도가 변경된 탓에 일각에선 마일리지 부채 정리를 위한 시도로 분석하고 있다.

13일 대한항공은 홈페이지를 통해 변경된 마일리지 제도를 안내했다. 안내문은 크게 4가지(마일리지 복합결제·마일리지 적립·보너스 사용·우수회원) 부문으로 구분해서 변경된 제도를 소개했다.

제도 개편 이후 일각에선 조 회장의 ‘비용절감 노력’이 마일리지 제도에 반영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조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까지 국내·외 경기가 나쁠 것으로 전망돼 걱정”이라면서 “비용 절감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 입장에서 마일리지는 고객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서비스다. 재무적으로는 부채에 반영된다. 대한항공의 올 3분기 분기보고서 이연수익(고객충성제도) 항목에 따르면 마일리지로 인해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는 금액은 선수금 976억원을 포함해 2조3111억원이다.

마일리지 부채를 해결할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마일리지 소멸 기간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2008년 약관 개정을 통해 항공사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했다. 다만 약관에 의해 10년 단위로 마일리지가 소멸된다고 해도 부채 증가 속도를 막긴 힘들다.

결국 항공사 입장에선 소비자들이 마일리지를 빠르게 사용해야 부채 정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이번 제도 개편 내용을 상세히 살펴보면 ‘보너스 항공권 및 좌석승급 보너스 이용 시 마일리지 공제 기준이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변경된다는 내용이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제도에서 프레스티지석을 통해 뉴욕을 향하는 보너스 항공권의 공제 마일리지는 6만2500이다. 뉴욕이 북미/대양주/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경 후엔 뉴욕은 9구간(운항거리 6500 이상 1만 미만)에 포함돼 9만 마일리지가 공제된다. 일반석으로 기준을 바꿔도 3만5000에서 4만5000으로 늘어난다.

반면 단거리 노선의 경우 공제 마일리지가 줄어든다. 일본 나고야를 일반석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기존엔 1만5000마일리지가 필요했지만 변경 후엔 1만2500마일리지면 충분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단거리 노선에 마일리지를 활용하기 보단 마일리지를 꾸준히 모아 장거리 노선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마일리지 소비가 촉진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대한항공의 변경된 제도 하에선 다른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 듯하다. 현금 복합결제도 마일리지 촉진에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일리지 적립률도 눈에 띈다. 프레스티지석과 일등석의 경우 기존 적립률과 비슷하거나 적립률이 상향됐지만 일반석은 상황이 다르다. 일반석 기준 예양등급 K/L/U 는 기존 100%에서 75% 적립으로 하향 조정되고, G는 80%에서 50%로, Q/N/T는 70%에서 25%로 적립률이 낮춰졌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소비자들 이용하는 일반석 탑승을 통해 마일리지를 모으기가 힘들어졌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홈페이지 내 스카이패스 FAQ 카테고리를 통해 “일반석 예약 등급 중 특가 운임 및 할인 프로모션 운임 등급인 7개 대상으로 마일리지 적립률을 하향 조정하였으며, 그 외 6개 클래스는 현행과 동일하게 100% 적립률을 유지한다. 이는 프로모션성 항공권의 지불 운임 수준을 고려하여 현실화한 것이며, 변경 후에도 여전히 비슷한 운임 수준의 타 항공사 적립률과 비교했을 때 유사하거나 높은 수준”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우수회원 심사 기준도 변경 됐다. 대한항공은 안내문을 통해 신규 우수회원 등급을 연간 단위로 재산정하는 방식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기존엔 자격 조건에 따라 모닝캄 클럽->모닝캄 프리미엄 클럽->밀리언 마일러 클럽 등으로 구분됐다. 변경 이후엔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등으로 나뉜다. 경쟁 풀서비스캐리어(FSC)인 아시아나항공은 2년 단위로 우수회원 등급을 재산정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의 주장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수회원 대상으로 엘리트 마일을 추가로 제공하는 등 혜택도 다양하다. 부채 부담 해소가 아닌 소비자 편익에 방점을 둔 제도 변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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