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위 “눈먼 매도자 피해 방지 위한 정보공유 차원”
시민단체 “적발건수 없이 시늉만 내는 정부탓 교묘한 꼼수 늘어” 지적

최근 일부 아파트 입주민 대표위원회가 집값 정보 공유 차원에서 실거래가를 단지내에 공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최근 일부 아파트 입주민 대표위원회가 집값 정보 공유 차원에서 실거래가를 단지내에 공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서울의 일부 아파트에서는 최근 단지 내 엘리베이터에 실거래가 및 시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정보지를 붙이는 일이 번지고 있다. 입주자대표위원회에서는 시세에 눈이 어두운 매도자들의 피해를 사전에 근절하기 위한 차원일 뿐 담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최근 실거래건수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될 때마다 신고가 릴레이가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유행처럼 번지는 행위가 집값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입주 만 4년차를 맞은 서울 서대문구 뉴타운 내 4300세대 규모의 한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거래가 및 시세 현황을 각 동 별 엘리베이터 내 게시판에 게시하자는 제안 글이 올라왔다. 인근 중개업소들의 저가 유도로 입주민의 재산권에 막대한 피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수십 명의 입주민은 댓글로 ‘마포구 한강변 A 아파트는 진작부터 해오던 일이다’, ‘친정이 살고있는 B아파트도 하더라’, ‘타 아파트들이 이미 활용하고 있는 동일한 양식으로 게시하면 되겠다’ 등 제안에 동의하는 의견이 나왔다.

아파트 실거래가는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실거래가 사이트와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공시된다. 다만 공인중개사 등 부동산 시장 일선 관계자가 아닌 이상 일반인이 들여다보는 일은 흔치 않다. 때문에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층 등에게 공유 차원에서 공지하는 행위 자체가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관련해서 국토부는 지난 8월 주택시장 안정화와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 차원에서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며 개정안을 내놓았고 국회 본회의도 통과했다. 개정된 공인중개사법 33조 2항에서는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의 일반인의 시세 조작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명확히 집값 담합 움직임으로 판단하기에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점에서 국토부도 조사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반행위는 구체적 사안을 보고 판단하는 게 맞을 것 같아 입법 당시에도 문구를 두루뭉술하게 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세는 이미 각 사이트를 통해 누구든 열람 가능하도록 공개하고 있다. 실거래가 이상으로 거래하자는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은 이상 공지 자체가 문제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제 거래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자신의 집을 매물로 내놓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이 같은 행위가 신고가 행진을 부추기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시민단체는 주민들의 실거래가 공지에 대해 정부의 대응이 문제를 부추긴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집값 담합이나 급등을 관리·감독한다는 정부가 완장차고 현장에 나가기만 할 뿐 적발하는 건수가 없다. 매번 시늉만 내니 입주민들이 법과 법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들어 담합으로 의심할만한 근거를 마련해주는 꼴”이라며 “정부가 시장에 단속과 처벌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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