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경쟁력 부족해…기존 OTT 답습하는 수준

지난 9월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웨이브(wavve)'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점등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최승호 MBC 사장, 양승동 KBS 사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정훈 SBS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웨이브(wavve)'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점등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최승호 MBC 사장, 양승동 KBS 사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정훈 SBS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 사진=연합뉴스

최근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넷플릭스 등 해외 OTT 업체들에게 맞서 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결정적 한방’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높아진 눈높이의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에는 미흡한데다가 제휴나 오리지널 제작에도 한계가 있어 반쪽짜리 서비스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OTT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는 넷플릭스가 자리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삼정KPMG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OTT 기업인 넷플릭스는 올 1분기 기준으로 약 1억490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TT 시장이 점점 커지자, 최근에는 디즈니·애플 등과 같은 글로벌 공룡들도 OTT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OTT 춘추전국시대

국내 OTT업체들 역시 국내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9월 웨이브(wavve)가 공식 출범했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콘텐츠연합플랫폼 푹(POOQ)과 SK텔레콤의 OTT서비스 ‘옥수수’를 통합한 것이다. KT도 최근 OTT 서비스 ‘시즌(Seezn)’을 출시했다.

시즌은 개인화 추천, 4K UHD 화질, 감정 분석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내세웠다. CJ ENM과 JTBC 역시 최근 OTT 합작법인 출범을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 통합 OTT 플랫폼은 CJ ENM의 ‘티빙’을 기반으로 내년 1분기에 서비스될 예정이다.

관련업계는 웨이브와 시즌 등 토종 OTT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콘텐츠 구성을 폐쇄적으로 하기도 한다.

KT는 후발주자로서 이러한 점을 파고들어 지상파3사 VOD 서비스와 종합편성채널은 물론 CJ 계열 채널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향후 디즈니 등 글로벌 OTT 콘텐츠도 제휴하겠단 계획이다.

◇웨이브·시즌, 성공할 수 있을까

시즌을 바라보는 시선은 출범 초기부텨 우려가 섞였다. 앞서 KT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TV형 OTT ‘텔레비’를 지난 2017년 선보인바 있다. 그러나 CJ ENM, MBC 등 주요 방송사가 서비스 초기부터 이탈,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상파 등과 방송 재전송 대가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올해 서비스를 전면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시즌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시즌은 자체 제작 콘텐츠에 대한 청사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OTT 시장은 기존 방송 콘텐츠보다는 오리지널(독점제공) 콘텐츠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국내 지상파 및 CJ ENM과의 제작 협업을 암시하긴 했지만, 그것이 시즌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츠가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이 괜히 오리지널 콘텐츠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며 “OTT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점은 사실 좀 의아하다”고 밝혔다.

시즌에 앞선 웨이브는 출시 초기 어느정도 시장에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는 웨이브가 지난 9월 기준 월간 사용자수(MAU) 264만171명을 기록, 넷플릭스(217만2982명)를 뛰어 넘었다고 밝혔다. 웨이브는 초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자를 모으는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초반 흥행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웨이브의 경우,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SK텔레콤의 모바일 OTT ‘옥수수’ 시절에는 CJ 계열 콘텐츠가 제공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웨이브로 전환되고 난 이후 CJ 콘텐츠를 보지 못하게 되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오리지널 콘텐츠로 내세운 ‘조선로코-녹두전’이 최근 흥행했지만 2023년까지 투자하기로 계획한 3000억원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수 공급하기에 부족한 비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0월 열린 ‘미디어 산업 발전을 견인하기 위한 OTT의 역할과 위상 세미나’에서 “콘텐츠가 모든 것인 글로벌 OTT 경쟁환경에서 웨이브가 매년 3000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해도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압도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진출 계획도 없는 '우물 안 개구리'

일각에서는 토종 OTT들의 국내용 서비스 전락도 우려하고 있다.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OTT 플랫폼 특성상 글로벌 진출이 필수로 요구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전략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열린 방송산업 활성화와 미디어 콘텐츠 해외 진출 전략 세미나에서 김희경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웨이브의 OTT로서 역할에 의문”이라며 “국내 OTT는 글로벌 OTT와 콘텐츠 제작과 소싱 면에서 규모와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웨이브가 글로벌 OTT 침공에 대한 방어가 최종 목적이 돼 국내 OTT로 남을 가능성 또한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실제로 웨이브의 경우 동남아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히고 지난 10월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고(wavve go)’를 출시했다. 그러나 웨이브고는 동남아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아닌, 사실상 동남아 한국 교민 및 한국인 여행자를 위한 서비스다. 여전히 구체적인 현지화 전략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즌 역시 오는 12월 중국 시장 진출 등의 계획을 밝혔지만, 투자 규모 및 콘텐츠 등 보다 구체적인 중국 시장 공략 전략은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OTT를 살펴보면, 기존 통신 사업자가 IP TV 등에 공급하던 콘텐츠를 플랫폼만 바꿔 OTT에 공급하는 모양새”라며 “OTT 플랫폼 측면에서 혁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UI나 과금 측면에서 넷플릭스 등 기존 OTT를 답습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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