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상국 “북부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 급상승···최소 3개월 피해 지속”
정부, 中과 기후 환경 협력 기대···“미세먼지 저감 위한 긴밀한 협조 필요”

/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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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미세먼지’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로 중국발(發) 매서운 미세먼지가 한국으로 유입돼 피해를 주고 있다. 12일부터 한국은 맑은 하늘을 보이며 미세먼지도 ‘맑음~보통’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지만, 중국 기상국이 “중국 북부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 급상승으로 최소 3개월 이상 관련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최근 한중일 공동연구를 통해 중국발 미세먼지(스모그)가 국내 미세먼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중국 정부가 자국 내 고농도 미세먼지 전망을 발표하며 심각성을 인지한 만큼, 우리 정부는 향후 중국과의 공동 대응 효과, 논의 등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잠시 ‘맑음’···중국은 향후 3개월간 ‘심각’

12일 국립환경과학원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전국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뒤덮였던 것과 달리 이날부터는 대기 확산이 원활해 강원과 호남, 제주는 ‘좋음’, 나머지 지역은 ‘보통’ 수준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주말까지는 미세먼지에서 해방될 전망이다.

다만 우리나라 미세먼지에 영향을 끼치는 중국은 여전하다. 지난 10일 중국 기상국은 “최근 중국 북부 지역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급상승해 최소 3개월 이상 관련 피해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상국은 “향후 3개월 동안 중국 북부지역의 대기 오염물질이 흩어지지 못해 전반적으로 대기 질이 양호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12월 중순과 하순에 대기 중 찬 공기가 힘을 잃으며 대기 오염 농도가 짙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11월 20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 공동연구(LTP)’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자체 기여율은 2017년 기준 연평균 51%에 불과해 한중일 3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미세먼지 자체 기여율은 중국이 91%로 가장 높았고,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높은 55%로 조사됐다. 또 초미세먼지 국내외 영향을 분석한 결과, 2017년 기준 중국 배출원이 우리나라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은 32%, 일본에 주는 영향은 25%로 나타났다.

한국은 현재 미세먼지 수준은 맑음~보통 수준으로 전환됐다. 지난 11일까지 길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보이던 마스크를 낀 사람들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와 달리 중국은 미세먼지 농도가 여전해 시민들의 고통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날 기자가 중국 대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WEIBO(웨이보)에 ‘미세먼지’, ‘먼지’, ‘하늘’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자 미세먼지 관련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 해시태그로 검색된 게시글만 432만1000개에 달했다. 중국 시민들은 “오늘도 미세먼지”, “먼지 때문에 눈, 목이 아프다”, “언제까지 미세먼지가 이어지냐” 등의 글도 함께 적었다.

12일 중국 SNS 웨이보에서 미세먼지 관련 키워드 검색 결과. / 사진=중국 SNS 웨이보 캡처
12일 중국 SNS 웨이보에서 미세먼지 관련 키워드 검색 결과. / 사진=중국 SNS 웨이보 캡처

◇韓中 환경 정책 논의 공유···기후 협력 논의 기대

겨울철 고농도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우리나라 주변국인 중국과의 협력 및 논의가 중요해졌다. 중국 북부 지역의 스모그가 다시 유입되면, 한국도 덩달아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우선 최근 들어 관계 회복 조짐이 보이는 중국과의 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중 관계가 정상 궤도로 오르고 있는 만큼, 미세먼지 대처 등 기후 환경 분야에서의 협력 성과도 기대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일 5년만에 공식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미세먼지 등 환경 분야 협력을 언급했고,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환경 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 환경부는 우리 정부와 미세먼지 저감 협력을 위한 이행방안에 서명하고, 외교문서로 명문화하는 등 과거와 달리 논의에 협조적인 모습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리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 2019년 한중 환경장관 연례회의를 열고 청천(맑은하늘)계획 이행방안에 서명했다. 계획은 ▲정책 및 기술 교류 ▲공동연구 ▲기술산업화 협력 등 3개 부문의 이행방안을 담고 있다.

양국은 이달부터 예보·경보 정보를 공유한다. 한중 모두 미세먼지 등급 예보를 3일 단위로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17개 시·도, 중국 11개 성·시에 대한 미세먼지 예보 정보를 교류하기로 했다.

조명래 장관은 “미세먼지와 관련된 정보와 공유의 공동저감 노력 강화 등 중국에 긴밀한 협조를 당부했다”면서 “리간지에 장관은 신뢰와 내실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개방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비슷한 점이 많다. 정책 유형이 비슷하고 같은 기후적 상황에서 정책을 편다면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정책 성과를 함께 평가하거나 저감 효과가 큰 대책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이와 함께 오는 2020년 전체 예산을 9조5394억원으로 확정했다. 국민 불안감이 높은 미세먼지와 아프리카 돼지열병 대응을 위해 역대 최대치로 편성했다. 내년도 환경부 예산 및 기금은 올해 대비 1조6897억원(21.5%)이 증액됐다.

특히 미세먼지 저감 대책 관련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650억원이 증액된 2조2639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전체 환경부 예산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다.

환경부는 “전국 지하철 역사에 자동측정망을 설치하고, 지하역사·터널·열차 등에 대한 공기정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한중 미세먼지 협력을 내실화해 중국 대기오염방지센터와 연구를 추진하고, 미세먼지 대응 정책을 통해 미세먼지를 감축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겅천 중국사회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 연구원은 12일 중국 매체 환구시보를 통해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확실히 한국, 일본보다 많다”고 인정하면서 “경제 발전 단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장위안쉰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스모그는 국경을 초월한다”면서 “서로 비난하기보다는 협력해야 할 지역 문제가 됐다”고 한중 미세먼지 협력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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