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 판매 허용으로 40조원 규모 시장 보전···“시장확대 한계 아쉬워”
키코 배상비율 30% 전망, 은행 수용은 미지수···키코 공대위 “피해기업 협상 지원”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DLF종합대책 관련 시중·지방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DLF종합대책 관련 시중·지방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향후 은행권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 결정들이 12일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시중은행들과의 면담을 거쳐 파생결합상품(DLF)종합대책 최종안을 발표했으며 금융감독원은 키코 사태 분쟁조정위원회를 재조사 착수 1년 6개월 만에 실시한다.

DLF종합대책은 ‘신탁 상품 판매 일부 허용’으로 결론이 나 은행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키코 사태는 분조위 결과에 따라 추가 배상액이 대폭 늘어날 수도 있어 은행들은 여전히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강경발언 불구···DLF종합대책, 신탁상품 판매 ‘일부 허용’ 결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시중·지방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DLF종합대책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14일 고위험 사모펀드와 신탁에 대한 은행 판매를 제한하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했으며 이에 은행권은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그동안 은 위원장은 DLF종합대책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지난달 27일에는 은행들을 향해 “엊그제까지 ‘잘못했다’고 빌던 사람들이 맞나 싶다”고 비판했으며 지난 9일에는 “정부정책이 금융기관의 영업을 고려해서 할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은행권 의견 수렴 절차 이후에도 영업 규제가 원안과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은행장 간담회 이후 공개된 최종안에 따르면 공모형 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담은 신탁 상품의 은행 판매는 제한적으로 허용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 5개(KOSPI200, S&P500, Eurostoxx50, HSCEI, NIKKEI225)를 기초 자산으로 하고 공모로 발행되는 파생결합증권(손실 배수 1 이하) 신탁 상품의 은행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판매 규모는 올해 11월말 은행별 잔액 이내로 제한되고 총량 이내에서만 신규 가입을 받을 수 있다.

일부 허용으로 결론났지만 은행권은 안도의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은행들은 ELS 등을 편입한 신탁 상품을 주로 판매했기 때문에 신탁 상품 영업의 가장 큰 부분은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6월말 기준 은행신탁 중 ELS 규모는 40조3615억원에 달한다. 다만 총량 제한으로 인한 시장 확대 불가 등에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요구가 생각보다 많이 수용된 것 같다”며 “문제가 된 상품과는 달리 ELS 관련 신탁 상품들은 그동안 손실이 거의 없었다는 업계의 주장이 반영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은행도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시장 확대에 제한이 걸린 만큼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에도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사진=이기욱 기자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사진=이기욱 기자

◇키코 재조사 착수 이후 1년 6개월만에 분조위···150여개 피해기업으로 번질까

같은날 금감원은 키코 피해기업 4개사를 대상으로 하는 분조위를 진행 중이며 배상액도 이날 결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윤석헌 금감원장의 지시로 재조사에 들어간 이후 1년 6개월만이다. 분쟁조정을 신청한 기업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일성하이스코, 재영솔루텍 등 4곳이며 이들은 신한, 우리, KEB하나, 씨티, KDB산업, DGB대구 등 6개 은행이 판 키코 상품으로 150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

시장에서는 금감원 분조위가 결정할 배상비율을 30% 수준으로 관측하고 있다. DLF불완전판매에 대한 배상비율(최대 80%)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로 이는 이미 손해배상 소멸시효 10년이 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키코 사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업들이 은행의 파생상품 ‘키코’로 인해 피해를 본 사건이다. 일부 기업들은 지난 2013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하기도 했다. 은행 측에서는 “뒤늦은 배상을 시행할 경우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배상비율이 정해진다 하더라도 은행들이 조정안을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은 본사와 협의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물론 2016년 생명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지급 사례가 있어 은행들이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배상을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분조위의 배상비율 발표 이후 20일동안(연장 시 40일) 조정안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 간의 눈치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4개 기업을 제외한 다른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이다. 금감원은 분조위를 통해 4개 기업에 대한 배상액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 배상에 대한 기준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소송과 분쟁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피해기업은 약 150개로 추산되며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측은 피해기업이 1000여개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150개 기업의 피해액을 약 30% 수준으로 모두 배상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은행들 입장에서 쉽게 수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키코 공대위 측 관계자는 “분조위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입장을 내일 공식 발표할 것”이라며 “소송이나 분조위를 신청하지 않은 나머지 기업들이 4개 기업의 사례를 가이드라인 삼아 은행과 개별적으로 협상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다시 금감원 분조위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이미 판결이 난 기업들에 대해서도 은행과의 협상을 유도한 후, 상황에 따라서 검찰 재수사와 재심을 요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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