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출생 30대가 주류, 각사 대표나 임원 근무···업계 “당장 실적보다 중장기적 관점서 봐야”

남태훈 국제약품 대표(맨 왼쪽)와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가운데),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 / 사진=각 제약사
(왼쪽부터)남태훈 국제약품 대표,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 / 사진=각사

제약업계에 30대 오너 3세 경영인들의 시대가 본격화 되고 있다. 이들은 젊은 감각으로 경영혁신 등을 추진해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약사 오너 3세들은 40대인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1980년대 출생한 3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1980년생 남태훈 국제약품 대표이사 사장을 필두로 여러명의 30대 오너 3세들이 각사의 대표 또는 임원을 맡아 회사 경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상당수 해외 유학 경험을 갖고 있어 기존의 보수적 제약업계 분위기를 일신하고 회사 경영 특히 신규사업과 조직문화 개선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장기적으로도 해당 제약사 업무와 문화 등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들이다. 

우선 보령제약그룹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로 지난 11일 선임된 김정균 대표는 김승호 그룹 회장의 4녀 중 장녀인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1남 1녀 중 장남이다. 그는 지난 2014년 보령제약에 이사대우로 입사해 전략기획팀과 생산관리팀, 인사팀장을 거쳐 2017년 1월부터 보령홀딩스 사내이사 겸 경영총괄 임원으로 재직해 왔다. 

김 대표는 보령제약 재직 시 수익성 강화를 목표로 ‘내부 경영체계 개선’, ‘투자우선순위 재설정’, ‘바이젠셀 등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신규사업 진출’, ‘투명하고 수평적 조직 문화 정착’을 주도하면서 보령제약 매출 증대 및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5년생인 김 대표는 미시건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중앙대학교 의약식품대학원에서 사회행정약학으로 석사 학위를 수여 받았다. 

남태훈 국제약품 대표는 미국 보스턴 주립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국제 계열사 효림산업 관리본부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기획관리팀 대리로 근무했다. 이어 지난 2009년 4월 국제약품에 마케팅부 과장으로 입사한 후 기획관리부 차장, 영업관리부장, 영업관리실 이사대우, 판매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7년 1월부터 대표이사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남영우 국제약품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인 고(故) 남상옥 회장의 손자다.

남 대표는 취임 후 ‘가치를 디자인해 건강한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비전 실천의 핵심가치로는 도전 정신과 배려를 강조했다. 조직문화에도 관심을 가진 그는 직원들 애사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지난 2016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PS(Profit Sharing·초과이익분배금)’ 제도를 도입해 시행해왔다. 초과이익분배금이란 목표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을 때, 초과된 이익에서 직원들에게 나눠 주는 금액을 지칭한다.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이사 부회장도 30대 경영인 중 한명이다. 1981년생인 그는 허강 삼일제약 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인 고 허용 명예회장의 손자다. 미국 트리니티 대학을 졸업한 그는 지난 2005년 삼일제약 마케팅부에 입사한 후 기획조정실장과 경영지원본부장, Growth Business 본부장 등을 거쳐 2014년 9월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삼일제약은 글로벌 안과 시장 공략을 위해 베트남에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일성신약은 올해 초 창업주인 윤병강 회장의 3세이자 윤석근 부회장의 차남인 윤종욱 이사(1986년생)를 입사 4년 만에 대표로 승진시켰다. 회사에서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윤 대표는 Pace 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했다. 일성신약에는 윤 부회장 장남인 윤종호 이사(1983년생)도 근무하고 있다. 그는 구매 업무를 맡고 있다. 윤 대표는 부친인 윤 부회장과 제약업계 경력 35년의 김정호 사장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오너 3세는 아니지만 4세인 윤인호 동화약품 전무(1984년생)와 윤현경 상무(1980년생)도 주목해야 하는 경영인이다. 동화약품은 보당 윤창식 선생이 인수한 이래 2세 윤광열 명예회장, 3세 윤도준 회장이 경영해왔다.

윤인호 전무는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지난 2013년 동화약품 재경·IT실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어 2014년 중추신경계팀 차장, 2015년 전략기획실 부장, 2016년 전략기획실 생활건강사업부 이사로 진급을 거듭 했다. 지난해 1월 상무로 승진하면서 생활건강사업부와 일반의약품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윤 회장의 장남이다. 

윤 전무의 누나인 윤현경 상무는 경희대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존슨앤웨일즈대학교 식품경영학과에서 공부했다. 윤 상무는 지난 2008년 광고홍보실 주임으로 동화약품에 입성한 후 광고홍보실장과 BD실 상무/커뮤니케이션팀장 등을 거쳐 2017년 더마톨로지사업부 책임자로 발령 받았다. 이후 동화약품의 화장품 사업을 책임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원제약의 오너 3세인 백인환 전무도 회사 실적을 견인하는 능력 있는 경영인으로 꼽힌다. 1984년생인 백 전무는 올해 초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창업주인 백부현 전 회장의 장남 백승호 회장과 차남 백승열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대원제약은 제약업계 형제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오너 3세 중 대원제약 경영에 관여하는 인물은 백 전무 뿐이다.

미국 브랜다이즈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백 전무는 지난 2011년 마케팅팀 사원으로 대원제약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유창한 어학실력을 기반으로 수출입 업무에서 기량을 발휘한 백 전무는 지난 2015년 짜먹는 감기약 콜대원 런칭에도 큰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40대이며 오너 3세인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1974년생)와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1976년생) 등이 제약업계에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성장통이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경영실적이 부진한 사례도 있지만 30대 경영자들이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어 이른 시일 내 성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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