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석價 상승했지만 납품가 동결···3Q 영업이익률 1% 미만
GBC 착공, 17만톤 철강재 호재···업계 “자동차강판價 인상이 우선”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실적 개선이 절실한 현대제철이 공교롭게도 그룹사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현대자동차그룹 내 완성차 업체들과의 자동차강판 인상 협상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그룹 통합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이 가시화 되며 수혜가 기대돼 마냥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연말을 보내게 됐다.

12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아직 주요 완성차업체들과의 자동차강판 협상을 매듭짓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분기 1% 미만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실적 반등이 시급한 현대제철 입장에선 속이 타는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올 3분기 5조47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341억원을 실현하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올 초부터 철광석 등 원료가격이 상승한데 반해, 자동차 강판 등 철강제품 판매가격이 상승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지난 10월 3분기 컨퍼런스콜 당시 현대제철 관계자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에 가격인상을 요구했으며, 내달(11월) 중순께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 밝혔지만, 협상은 현재까지 요원한 상태다.

현대제철이 인상된 가격으로 자동차 강판을 납품하기 위해선 현대·기아차 등과의 협상이 선제돼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같은 그룹사로부터도 올려 받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업체들을 상대로 한 인상요구가 설득력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대·기아차 측은 자동차강판 동결방침을 고수 중이다. 포스코와도 아직 협상을 매듭짓지 못했다.

다만 포스코는 지난 10월 다른 완성차 업체와 강판가 인상협상을 매듭지은 바 있다. 현대·기아차와의 협상 여부가 다른 완성차 업체와의 협상에 별다른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대제철과 차이를 보인다. 원가상승이란 불가피한 상황에 발맞춰 가격상승을 이끌어야 하는 현대제철 입장에선 상당히 속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반면 건설현장에 쓰일 철강재 판매에 있어선 그룹사 덕을 톡톡히 보게 됐다. 내년 초 GBC가 착공해 본격적으로 건설되기 때문이다. GBC는 지하 7층 지상 105층 규모로 지어진다. 높이만 569m다. 현행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보다 14m 높아 완공 시 국내 최고층 빌딩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초고층빌딩일수록 철강재 수요 또한 높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GBC에는 H형강 6만톤, 철근 5만2000톤, 후판 3만3000여톤 등이 투입될 예정이다. 무려 17만톤에 달하는 철강수요가 GBC로만 발생하게 된다. GBC의 전체 공사비는 3조7000억원에 달한다.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을 맡는다. 수주 금액은 2조6000억원이다.

발주처부터 시공사까지 그룹차원의 중대 프로젝트다보니 현대제철의 철강제품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불어 서울시가 추진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계획 등 주요 프로젝트들과 GBC가 연계사업으로 묶인 상태다. 특히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의 경우 지하에 대규모 환승역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으로 철강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견되는 사업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실적악화가 원가인상과 판매가동결이란 구조적 상황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GBC를 통한 수혜 요인도 분명하지만, 현대제철에 대한 현대·기아차의 자동차강판 가격인상이 조속이 이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등 주변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추세가 자동차 강판가격에 철강석 가격상승분이 반영돼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현대차그룹이라는 한 울타리에 있지만 현대제철과 현대·기아차 각각의 업체들 모두 상장기업이고, 각 회사의 이익·손실이 주주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조속히 납품가 인상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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