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이익 고작 0.6%···내년 실손보험료에 문케어 반영 않기로
금융당국 “자료에 한계성 있어···추산결과 반영하는 것 적절치 않아”
‘1월 코앞인데’···보험료 갱신 시기 앞두고 속타는 보험사들

보험회사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액 추이./사진=보험연구원
보험회사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액 추이./사진=보험연구원

내년 실손보험료에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인 일명 ‘문재인 케어(문케어)’의 반사이익이 반영되지 않는다. 문케어 시행 이후 정부는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내년도 실손보험료 조정폭을 권고해왔으나 이번엔 보험사 자율 결정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결국 연말까지 미뤄진 실손보험료 인상 논의가 올해 안에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험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문케어 반사이익 고작 0.6%···내년 실손보험료에 반사이익 반영 않기로

12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회의를 열고 실손보험료 인상 권고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 결과 문케어에 따른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효과가 0.6%로 나타났지만 협의체는 이 수치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20년도 실손보험료에 이를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문케어 시행 후 올해 9월까지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효과는 6.86%로 나왔다. 하지만 2018년 1차 반사이익 산출 후 급여화된 항목(병원급 의료기관 2·3인실 급여화, 수면다원검사 급여화, 1세 미만 외래 본인부담률 인하 등)만 놓고 보면 감소효과는 0.6%로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연구 결과에 대해 “이번 반사이익 추산은 자료 표집 시점과 정책 시행 시점에 괴리가 있고, 1차 반사이익 산출 이후 보장성 강화가 이루어진 항목의 표집 건수가 실제 의료서비스 이용과도 괴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의료 이용 건수보다 과소 표집됐을 가능성 등 자료에 한계가 있어 이번 추산 결과를 내년도 실손보험료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업계 “보험료 인상, 표면적으로만 업계 자율···당국 눈치 볼 수밖에 없어”

이를 두고 일각에선 금융당국 예상보다 문케어의 반사이익 효과가 미미하자 공을 보험사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공사보험정책협의체가 발표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작년 KDI에 의뢰한 연구에서는 이동입원비 경감과 선택 진료 폐지 등 4개 정책 우선 반영 시 6.15%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향후 비급여 항목을 모두 급여화하면 13.1~25.1%의 보험금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추산 결과는 예상치 최솟값의 절반가량에 그쳤다.

협의체 결정에 따라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은 보험사 자율에 맡겨졌지만 업계는 금융당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여전히 실손보험료를 당장 인상하기보다는 보험사들이 자구책을 내놓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손해율을 감안해 내년 보험료를 최소 15%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초 9월에 열리기로 예정된 협의회가 밀리고 밀려 전날에야 열린 건데 보험료 인상률도 정하지 않고 인상 시기도 정하지 않았다”며 “당장 1월부터 보험료를 갱신해야 하는데 준비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지금까지 인상률 발표를 미룬 것은 사실상 문케어의 반사이익이 예상보다 저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연구 결과에 따라 반사이익이 미미한 것으로 나왔다면 보험사가 원하는 대로 보험료를 15~20% 인상하겠다는 등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하나도 없고 상품 구조 개정을 하겠다고 말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보험상품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지 오래됐지만 보험료 인상은 표면적으로만 자율제다. 보험사가 원하는 대로 20% 인상을 결정하면 금감원과 금융위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금융당국과 논의하고자 하는 건데 결과가 또다시 미뤄지면서 혼란만 가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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