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두산 사업기간 남았지만 적자 못 견디고 면세사업에서 철수
롯데, 신라, 신세계 빅3 체제 내년에도 공고히 유지될 듯
'따이공' 기업화 영향으로 알선수수료 점점 안정화···중소 면세업계 입지 좁아질 듯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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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와 두산이 면세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올해 국내 면세시장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따이공’으로 불리는 중국의 보따리상들의 영향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12개에 달하는 시내면세점의 과당경쟁이 향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면세시장은 롯데, 신세계, 신라 등 이른바 ‘빅3’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사업권만 따내면 성공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한 면세 후발주자들이 잇달아 시장에서 철퇴를 맞았다. 지난해 18조원 규모까지 성장한 국내 면세시장은 올해 2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여 여전히 ‘황금밭’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5년 말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한화갤러리아와 두타면세점은 내년 말까지인 사업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특허권을 반납했다. 사업기간 동안 두타면세점은 600억원, 한화갤러리아는 1000억원이 넘는 누적손실을 냈다.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과 박서원 두산그룹 전무 등 재벌 3세들이 의욕적으로 면세사업에 뛰어들면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승부는 쉽게 갈렸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신세계면세점만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기존 빅3 사업자의 입지만 재확인 했다.

업계는 국내 면세시장의 성장성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다. 상품 소싱력이 우수하고 무엇보다 업체 간 치열한 경쟁으로 중국 면세시장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해 따이공들이 대거 한국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따이공들이 기업화되면서 대량으로 매입해 가면서 글로벌 화장품 회사들이 한국의 면세시장을 주요 판매 채널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에스티로더 에센스(50ml)의 국내 빅3의 면세점의 가격은 7만4469~8만8134원이었지만 중국 면세점은 11만1875원으로 국내 가격이 33.4% 저렴했다. 설화수 진설수(125ml)의 가격은 국내 면세점 가격이 5만8639~6만6123원으로 형성돼 중국 면세(10만2996원)보다 43% 낮았다.

국내 총 면세시장에서 중국 따이공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6% 수준으로 추정된다. 올해 1월 중국에서 전자상거래법 시행되고, 따이공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국내 면세점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따이공들이 사업자등록, 대형화 등으로 맞대응 하면서 국내 면세시장은 매출은 견고히 유지됐다. 이런 사례만 봐도 국내 면세시장은 가격경쟁에서 중국보다 앞서 있고 성장성도 밝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따이공의 매입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국내 면세점 시장도 전체 매출 2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면세시장의 빅3 체제는 내년에도 견고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하반기 인천공항 1터미널의 영업을 일부 종료하면서 면세시장에서 점유율은 기존 41%에서 30%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빅3의 수익성은 안정화되고 중소면세업계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5~17%였던 알선수수료 비율은 지난해 11~12%까지 내려앉았다. 중국 따이공들이 대형화되면서 여행사에 주던 수수료가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빅3 간 가격할인 등 과당경쟁이 여전히 치열하지만 알선수수료 비중은 점점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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