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임상시험 대상 여부 정보공개 하라”며 소송해 승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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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를 받다 숨진 아버지의 임상시험 대상 여부를 알려달라는 자식의 정보공개 요청에 서울 아산병원이 장기간 회신하지 않은 것은 마땅히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써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 아산병원 임상심의위원회(이하 아산병원 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피고의 부작위는 위법함을 확인한다”고 판시했다.

A씨의 부친은 지난 2010년 암 진단을 받고 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2012년 6월 전 세계 각지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던 신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하지만 A씨의 부친은 2014년 7월 숨졌다.

A씨는 이듬해 1월 아버지가 임상시험 대상이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며 아산병원 위원회 측에 요청했다. 그러나 아산병원 위원회는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정보공개 신청에 명시적인 회신을 하지 않았다. A씨는 아산병원 위원회의 부작위가 위법함을 확인해 달라며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재판부는 먼저 생명윤리법상 아산병원 위원회가 정보공개청구의 상대방이 되고, A씨가 ‘연구대상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유족인 자녀’라는 점에서 생명윤리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관위원회는 연구대상자의 정보공개청구의 타당성을 검토해 그 당부를 결정하고, 이에 따라 연구자(아산병원)로부터 공개대상 정보를 제출받아 이를 연구대상자(A씨의 부친)에게 공개하거나 공개의 거부를 통지하는 작용을 수행하는 사인으로서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며 “원고가 아버지의 임상시험 대상 여부에 관한 의심을 가지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치부할 수는 없고, 책임 있는 기관의 답변을 통해 해소돼야 할 정도의 의문에는 해당한다고 판단돼 원고에게는 피고에게 응답을 구할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는 정보공개 신청을 할 권리가 있고, 피고는 원고에게 적극적 또는 소극적 처분을 해야 할 법령상 응답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신청을 접수한 이후 4년 9개월 이상, 소 제기로부터 2년 3개월여가 경과한 시점까지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고 있다”며 “피고의 부작위는 생명윤리법 및 생명윤리법 시행규칙이 정하는 응답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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