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당사자인 금호산업, 연내 매각 필수적···불발 시 대주주 감자 등 가능성 우려
구주 가격과 우발채무로 인한 손해배상한도 놓고 이견···협상 시한 12월 마지막 주로 연장
금호산업 “일정 늦춰져도 매각에 영향 주진 않아”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둔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의 배타적 협상 기간이 늦춰졌다. 당초 이날 주식매매계약 체결(SPA) 등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양측이 일부 조건에 대해 이견을 갖고 있어 미뤄졌다. 일각에선 연내 매각 불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항공업계와 금융권 관계자들은 “연내 매각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높다”고 분석한다. 금호산업 측 역시 일정 연기가 매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금호산업과 HDC현산의 협상 기간은 12월 마지막 주로 잠정 연기됐다. 금호산업은 지난달 12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한 달의 배타적 협상 기간을 부여했다.

체결이 늦춰진 이유는 간단하다. 양측이 구주 가격과 우발채무로 인한 손해배상한도를 놓고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HDC현산은 최종 구주 가격을 3000억원 초반으로 제시했다. 반면 금호산업은 구주 비용으로 4000억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HDC현산은 과거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 등 인수 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안해 ‘특별손해배상 한도 10%’를 금호 측에 제시했지만 거절당했다. 특별손해배상이란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추가로 집행될 자금을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 놓는 절차를 말한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과 관련해 계열사에 부당한 지원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현재 관련 조치를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연내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업계 및 금융권 관계자들은 두 가지 이유로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이유는 배타적 협상 기간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일정을 늦춰서 체결한다고 해도 매각 성사엔 영향이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중요한 건 조건에 합의하는 것이지, 시점이 아니다”라면서 “당장 늦춰졌다고 해서 연내 불발 가능성을 점치는 건 과한 예상”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이유는 협상 당사자인 금호산업 입장에선 연내 매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연내 매각 실패 시 협상권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어가는 동시에 자본잠식으로 인한 대주주 감자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3분기 연결 기준 232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반기 말 1조4554억원에 달했던 자본총계는 1조209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자본금은 올해 반기 말과 유사한 1조1061억원이다. 자본잠식까지 남은 여유금은 1034억원에 불과하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적자 누적으로 인해 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아시아나항공 자본흐름. / 인포그래픽=이다인
아시아나항공 자본흐름. / 인포그래픽=이다인

자본잠식 시 올해 초와 마찬가지로 대주주 감자 가능성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올 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자본잠식이 안 돼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달리 바라보면 자본잠식이 진행되면 차등감자의 법적 요건도 충족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선 일정이 늦춰졌다는 말이 도는데, 언제쯤일지에 대해선 들은 바 없다”면서 “금호산업이 손해를 보더라도 어찌됐건 연내 매각을 성사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 언급되는 크리스마스 전후로의 일정 연기설에 대해 금호산업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면서도 “일정이 늦춰졌다고 해서 매각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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