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 표창장, 공소장 변경 불허···공주대 인턴도 “문제 없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건 ‘정범’ 기소도 안 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 상당 부분이 정식 재판이 시작하기도 전에 해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된 사문서위조 혐의는 공소장 변경 불허로 공소 취소 또는 기각, 무죄 가능성이 커졌고 공주대학교 인턴 의혹 역시 해당 학교가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재판부 심리가 의미가 없어졌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의혹과 관련된 허위작성 공문서행사 혐의 또한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정범’이 기소조차 되지 않으면서, 재판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정 교수의 혐의는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증거인멸 의혹 등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피의사실에 적용된 법을 기준으로 따지면 범죄 혐의가 10가지인데, 죄명별로 나누면 총 11가지 범죄 혐의가 된다. 이미 기소된 사문서위조 혐의까지 더하면 정 교수는 총 12가지 범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중 입시비리 혐의 상당 부분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된 사문서위조 혐의는 공소장 변경이 불허되면서 공소사실이 흔들리는 상황이 됐다. 검찰은 정 교수가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사건과 ‘행사’한 사건을 별도로 기소했는데, 재판부는 두 사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았다. 두 사건의 시점, 장소, 공범, 방법, 목적 등이 모두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이 판단으로 검찰이 공소를 취소해 재판부가 공소기각이나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 나아가 사문서위조 혐의가 흔들리면 2차로 기소한 사건의 위조사문서행사 혐의 또한 영향을 받게된다. 검찰이 2차 기소한 사건에서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만 적용했기 때문이다.

행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위조 혐의가 선행적으로 심리돼야 하는데, 공소장 변경에 따른 사건 병합이 불발되면서 2차 기소 사건에서 공소사실 입증이 어렵게 됐다. 위조죄가 기각되거나 무죄가 되면 행사죄 또한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공소를 취소하지는 않고 한 번 더 공소장변경을 신청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상소심에서 공소장 변경과 관련해 다시 한번 판단을 받겠다는 것인데, 1심에는 영향이 없다.

검찰은 사문서 위조 혐의를 다시 한 번 기소하는 선택지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하나의 행위를 두 번 기소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검찰은 정 교수를 정치적으로 기소했다거나 일사부재리 원칙을 위반한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진다.

정 교수 딸의 공주대학교 생명공학연구소 인턴십 의혹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해당 학교가 10일 “문제없음” 결론을 내놓으며, 법적 판단이 불필요해졌다. 재판부가 헌법상 학문의 자유와 대학 자율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대학 자체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학교의 심의 결과에 반해 유죄를 선고할 가능성은 작다.

남은 입시비리 혐의 중 허위작성 공문서행사 혐의와 관련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건 역시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는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에서 정범이 기소되지 않은 건은 행사의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밝혔는데, 검찰은 현재까지 정범을 기소하지 않은 상태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를 논하기 위해서는 공문서를 허위작성한 사람에 대한 혐의 입증이 논리적으로 선결돼야 한다는 전제에서 ‘정범’을 기소하지 않은 검찰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재판부는 입시비리 등 혐의 사건이 방대하고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에 대해서도 정범에 대한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사모펀드 혐의 재판부터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교수의 4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9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이날 사문서위조 혐의 재판의 준비기일이 종결되며,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부터는 사모펀드 등 추가기소 사건에 대한 첫 준비기일이 진행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