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상용화 이후 가계통신비 인하 움직임 더뎌
고가 요금제에 대한 비판 이어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5G 상용화 이후 가계통신비 인하 기조가 한풀 꺾였다. 5G 요금제가 고가에 집중돼 있어 인하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 5G 요금제는 종류도 적어 소비자의 선택폭도 줄었다.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통 3사는 모두 새로운 5G 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 없다. 앞으로 두 편에 걸쳐 국내 이통사의 5G 요금제와 가계 통신비를 진단한다.

지난 4월 5G 상용화 5G 가입자가 늘어나는 속도는 LTE와 비교해 빨랐다.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국내에서는 대다수 5G용 단말기로 출시되면서 최신 기기를 원하는 이들은 반강제로 5G 가입자가 됐다. 특히 이통사와 제조사가 5G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불법 보조금까지 동원해 5G 단말기에 정책을 쏟아 부으면서 5G 가입자가 단기간에 급격히 늘었다.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5G 가입자가 470만명~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음에도 여전히 5G 서비스 품질과 고가 요금제에 대한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현재 5G 가입자들은 주로 8만~9만원대 요금제에 포화돼 있다. 해당 가격대 요금제에 가입해야 데이터를 무한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가 5G 단말기를 판매하서 고가 요금제에 공시지원금과 보조금을 높게 책정한 것도 한몫했다.

5G 요금제에서 가장 저렴한 요금제가 월 5만5000원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청소년과 시니어의 경우 월 4만5000원 요금제가 있으나 대다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요금제에서 가장 낮은 요금제 구간은 역시 월 5만5000원이다. LTE에서 저렴한 요금제가 3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문제는 5G 5만원대 요금제를 쓰는 이들보다는 고가 요금제를 쓰는 이들이 훨씬 많다는 데 있다. 이통 3사의 최고가 요금제는 월 9만5000~12만5000원에 달한다. 현재로선 최소 8만원대 요금 이상을 써야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5G의 대표 서비스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 수십 GB의 데이터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런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려며 고가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5G는 곧 고가요금제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사용자들이 압도적으로 두 가지를 지적한다. 5G는 비싸고, 안터진다는 점이다. 잘 터지지도 않으면서 비싼 요금을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5G 서비스 대중화와 안착을 위해서도 3만~4만원대 요금제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통 3사는 가장 낮은 5G 요금제에 8~9GB의 데이터만 기본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소장은 “5G는 대용량 콘텐츠를 초스피드로 즐기는 것인데 8GB는 어림도 없다. 데이터 기본 제공량을 10GB 이상으로 해서 10GB, 20GB, 30GB 구간의 요금제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통신비 절감을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지난 2017년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월 1만1000원 요금 감면 혜택,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공공 와이파이 확대, 보편적 요금제 도입 등을 포함한 통신비 인하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선택약정할인율도 20%에서 25%로 확대됐고,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수급자, 차상위계층,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 등 일부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통신비 1만1000원을 감면해주는 정책도 도입했다.

그러나 5G 상용화 이후에는 통신비 인하 움직임이 다소 소강상태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지나왔지만 통신비 인하 정책의 실행은 아직 미완성이다.

한편 이통 3사의 무선 가입자 1인당 평균매출액(ARPU)은 올해 2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해 2분기 SK텔레콤 ARPU는 3만755원으로 7분기 만에 반등했고, KT는 3만1745원으로 전 분기 대비 0.8% 증가하면서 지난해 2분기 이후 1년 만에 반등했다. LG유플러스는 3만1164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0.4% 높아져 지난 2017년 2분기 이후 8분기 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

올해 3분기에는 ARPU가 더 늘었다. SK텔레콤의 3분기 ARPU는 3만1166원으로 2분기에 비해 1.3% 증가했고, KT는 3만1912원으로 전분기보다 0.5% 증가, LG유플러스는 전분기대비 0.2% 증가한 3만1217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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