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싱가포르도 제동···현대重·대우조선 합병, 회의론 대두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12.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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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EU·日의 심사 난관만 예상됐으나 해양플랜트 경쟁국 싱가포르도 ‘반기’
합병 위해선 韓 포함 6개 경쟁 당국 승인 모두 얻어내야···“합병 이뤄져도 경쟁업체 견제 심화될듯”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둘러싸고 회의적인 전망이 커지고 있다. 앞서 ‘승인’ 결정을 내린 카자흐스탄을 제외한 5개국이 두 회사의 결합심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주요국들이 난색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합병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선사들을 포함한 경쟁업체들의 견제가 잇따를 것으로 점쳐진다.

1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심사가 진행 중인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 유럽연합(EU) 등이다. 당초 정치·외교적 분쟁에 따른 경제보복 조치를 감행한 일본과 특정 기업의 과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EU의 심사가 난항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이들에 비해 나머지 경쟁국들의 심사는 다소 수월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최근 싱가포르가 반기를 들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세계 1, 2위 업체 간 합병이라 1단계 심사 과정에서 전체적인 사업구조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던 중 일부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 2단계 심사에 돌입한 상태인데, 적절한 소명을 이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상 2단계에 걸친 심사가 일반적인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수순이다”고 답했다.

다만 조선업계와 학계에서는 이 같은 답변과는 다소 다른 반응들이 나왔다. 현재 두 기업의 결합심사는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가 맡고 있다. 통상 이곳에서는 합병 신청 접수 후 1개월 이내에 1단계 심사가 이뤄지며, 1차적으로 검토했을 때 문제가 없을 경우 합병을 허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2단계 심사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우려를 낳는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2단계 심사는 싱가포르 당국에 의해 해당 합병이 현지 관련법 위반 가능성 및 자국 산업에 상당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진행하는 것”이라면서 “‘수순’이라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2단계 심사에는 통상 120일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1단계 심사를 통해 지적된 사항에 대해 신청자가 소명·설명 자료를 추가적으로 제출했을 때 개시된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싱가포르의 1, 2위 조선소 케펠과 셈코프마린의 합병이 추진 중이라 이들 역시 해외 공정당국 등으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그럼에도 싱가포르 정부가 합병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은 이번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간 합병으로 인해 자국 내 조선소 간 빅딜의 시너지가 저하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동원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싱가포르와 한국 조선업계 간 관계에 주목했다. 양국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경쟁을 펼쳐 왔다는 점에서 승인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 조선업계는 플랜트사업에서 기술 및 제반 관리 능력이 뛰어나지만, 싱가포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는다.

신 교수는 “주요 발주처들이 지리적 요충지인 싱가포르에 지사를 두고 있어, 현지 조선소들과 발주처인 글로벌 엔지니어링업체들 간에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서 “싱가포르의 경우 일부 특정 업종만을 제외한 대다수 직군이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어서 쌍방 합의를 통해 임금이 책정되는 구조인데, 저렴한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들과 인접해 있어 한국보다 통상 30% 정도 낮은 가격으로 발주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입장에서 그동안 기술·관리적 능력 차이를 가격 경쟁력으로 극복해 온 셈인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게 될 경우 이 같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번 승인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합병은 6개국의 결합심사를 모두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현재 EU는 과점을 우려하고 있고, 자신들을 뛰어넘은 한국 조선업계를 향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온 일본 역시 심사의 걸림돌로 꼽힌다.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설사 6개국의 승인을 얻어 최종적으로 합병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문제”라면서 “우리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을 문제 삼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바 있는 일본 외에도 복수의 국가 및 업체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합병 초기부터 승인 과정에 이르기까지 각종 난제가 산적해 있고, 합병 후에도 상당한 고전이 자명한 상태에서 왜 두 기업이 빅딜에 나섰는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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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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