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K-제품 판로 확대 나서는 아마존, 셀러 지원 강화
쿠팡·네이버쇼핑 등 국내 이커머스와 당장 경쟁 않지만 향후 진출 가능성 열려 있어 긴장감 고조

이성한 아마존 한국 글로벌셀링 대표가 11일 서울 코에스에서 열린 이커머스 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아마존 글로벌셀링
이성한 아마존 한국 글로벌셀링 대표가 11일 서울 코에스에서 열린 이커머스 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아마존 글로벌셀링

“아마존에서 판매를 시작하며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

와인 액세서리를 파는 빈토리오(VINTORIO) 민병은 대표는 아마존에 입점한 글로벌 셀러(판매자)다. 스타트업인 빈토리오는 창업 초기 판로 개척, 그리고 셀링 포인트 분석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소비자 구매 성향이나 인기 있는 제품에 대한 빅데이터에 스타트업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빈토리오는 이 부분에서 아마존 입점이 빛을 발했다고 설명했다. 

외부 투자 없이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아마존 와인에어레이터 및 푸어러 부문 1위를 달성한 빈토리오의 민 대표는 “아마존 덕분에 단기간에 실적을 낼 수 있었다”면서 “아마존에는 소비자 후기 및 베스트셀러 랭킹 정보가 다 있다. 우리 같은 사업가들은 별도의 시장조사를 할 필요 없이 제품 개발과 판매에만 신경 쓰면 된다”고 아마존 입점의 장점을 설명했다.  

아마존 입점은 민 대표와 같은 스타트업 및 중소상공인에게는 그야말로 기회다. 한국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경재력 있는 우리 제품을 유통시킬 가장 큰 판로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 1위. 가입자 수도 가장 많고, 거래량도 가장 많다. 이런 사이트에 자사의 상품을 노출시킨다는 것은 동네 마트에서 팔리던 라면이 전 세계 대형마트에서 팔리게 된다는 뜻이다. 

셀러에게만 좋을까. 아마존 입장에서도 입점 셀러의 증가는 중요하다. ‘셀러=채널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아마존 글로벌셀링이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아마존 글로벌셀링 이커머스 서밋’ 기자간담회를 열고 셀러 지원 프로그램 확대를 발표한 이유다. 아마존 글로벌셀링은 △2020년 아마존 내 K-카테고리 강화 △미국뿐 아니라 신규 마켓플레이스인 싱가포르 등으로 국내 셀러 비즈니스 확장 지원 △스타트업의 데뷔 무대인 아마존 런치패드 프로그램 강화 등 적극적인 셀러 유치 전략을 발표했다. 

이커머스가 물건을 파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직접 매입한 물건을 물류창고에 쌓아두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판매하는 방법, 그리고 물건을 이미 갖고 있는 셀러를 유치하는 방법이 그 것이다. 직매입은 팔리는 족족 매출로 잡히고 가격 책정 면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말 그대로 내 돈을 들여 물건을 직접 사야 하기 때문에 구매 및 재고 관리, 폐기 문제가 생긴다.

반면 셀러 입점은 셀러와 계약하기만 하면 그가 가진 물건이 고스란히 '우리 사이트 판매 제품'이 된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물건을 판매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쿠팡, 11번가, 이베이코리아, 위메프, 네이버쇼핑 등 국내 거의 모든 업체가 갖가지 혜택을 제공하며 셀러 모시기에 집중하는 이유다. 

아마존 글로벌셀링에 따르면, 20년 전 아마존 전체 판매량의 고작 3%를 차지했던 독립 입점 셀러들의 판매 비중은 2018년 기준 58%까지 치솟았다. 매출 규모도 11억달러에서 1160억달러로 연평균 52% 성장했다. 셀러 성장이 매출 성장에 실제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성한 한국 아마존 글로벌셀링 대표도 이날 “글로벌셀링 코리아의 주된 관심사는 더 많은 셀러가 더 많은 제품을 가지고 와서 아마존에 입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재고 관리부터 배송까지 아마존이 다 해드립니다”

모든 업체가 많은 셀러를 원하고 있는 만큼 업체 입장에서는 독자 셀러 유치가 중요하다. 타사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할수록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 셀러에게 아마존 입점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해외 판로 개척의 문이 단번에 열린다는 것이다. 국내 이커머스업체들은 대부분 국내 시장만 타깃으로 하지만 아마존은 미국·유럽 등 서구 시장뿐 아니라 일본·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아마존 입점은 이 모든 국가에 자신의 물건을 팔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 

두 번째는 FBA(Fullfillment By Amazon) 이용이다. FBA는 ‘재고 관리부터 배송까지 아마존이 다 해준다’는 서비스로, 쉽게 말해 쿠팡에 입점하면 쿠팡이 로켓배송을 해준다는 말과 같다. 물론 쿠팡은 셀러 제품이 아닌 자사 직매입 제품에 대해서만 로켓배송을 하고 있다. FBA가 없다면 셀러들은 자신들의 재고 관리를 한국에서 해야 하며, 아마존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한국에서 제품을 포장해서 배나 항공을 통해 국제 택배로 보내야 한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시간이 걸린다. 소비자들은 이 시간을 견뎌주지 않으며, 셀러 또한 재고 관리부터 배송까지 들어가는 물류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FBA는 아마존의 물류창고와 물류 시스템을 우리 회사 자산처럼 사용할 수 있다. 아마존은 대다수 마켓플레이스(아마존 진출국)에 FBA를 세운다. 이 곳에서 각 마켓플레이스별 재고 관리와 배송을 맡는다. FBA를 이용하는 셀러는 아마존 물류창고의 재고 관리 시스템과 아마존 배송기사를 통한 아마존 배송을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은 자신들의 익일배송 서비스를 다종다양한 상품에 적용할 수 있어서 좋고, 셀러는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 좋다. 

◇ 국내 셀러 확장은 향후 韓 진출을 염두에 둔 것?

올 하반기에만 3700억원의 투자를 받은 위메프는 이 돈으로 셀러 확보에 나선다. 네이버가 드라이브를 거는 네이버쇼핑 역시 중소 셀러 확보를 사업 확장의 열쇠로 본다. 대다수 물건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쿠팡도 비용 절감 등 운영상의 이점을 위해 향후 아마존처럼 점차 셀러 판매 비중을 높여나갈 공산이 크다. 아마존이 이들과 본격 ‘셀러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아마존이 K-셀러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에 대해 한국 제품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만이 아니라 향후 한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 때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이렇다 할 독점 기업 없이 다수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셀러+다수의 한국 셀러를 보유한 아마존의 한국 시장 진출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뒤집어놓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성한 대표는 이날 “한국에 아마존 비즈니스 디벨롭먼트(Development)팀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시장이 아마존에게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진출에 대해서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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