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단속 강화 중심' 서울시 미세먼지 정책 아쉬워
국외 미세먼지 해결 위한 서울시 노력은 ‘깜깜’

지난 10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 거리.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은 잿빛으로 침침했다. 마스크 쓰지 않은 기자는 숨쉬기가 꺼려졌지만 ‘괜찮겠지’를 되뇄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기자의 목은 칼칼했고, 미세먼지주의보가 계속된다는 뉴스에 불쾌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올겨울도 어김없이 미세먼지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시민들의 짜증도 함께 시작됐다. 지난 봄 일평균 농도 최고치(135㎍/㎥)를 기록하는 등 역대급 미세먼지 사태를 겪은 서울시는 최근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외에 수송, 난방, 사업장, 노출저감 분야에서 총 9대 핵심과제를 제시한 ‘미세먼지 시즌제’가 대표적이다.

▲5등급 차량 상시 운행제한 ▲행정공공기관 차량2부제 ▲시영주차장 주차요금 할증 ▲에코마일리지 특별포인트 도입 ▲대형건물 적정 난방온도 집중관리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 전수점검 ▲노후 건설기계 저공해화 및 사용제한 확대 ▲도로청소 강화 ▲건강취약계층 및 다중이용시설 실내공기질 점검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미세먼지 시즌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이후 사후적으로 취해지는 ‘비상저감조치’의 한계를 보완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서울연구원·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분석 결과에 근거해 미세먼지 시즌제 대책들이 100% 이행될 경우 초미세먼지 배출량의 28%(232톤)가 감축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의 대책을 보면 다방면으로 노력한 흔적이 느껴지지만, 미세먼지를 걷어낼 결정적인 한방은 보이질 않는다. 특히 중국발 초미세먼지로 대표되는 국외 미세먼지의 영향이 큰데도 이에 대한 대책 없이 국내 단속만 강화하는 점이 아쉽다.

지난 2017년 서울시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미세먼지의 지역별 비중은 중국 등 국외가 55%로 가장 많았다. 서울시 자체 비중은 22%였으며 수도권이 12%, 수도권 외 지역이 11%였다. 당장 이날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국내 미세먼지가 축적된 상황에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추가로 유입돼 초미세먼지·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세먼지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을 뒤로한 대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 기자설명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외 미세먼지 유입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국외, 특히 중국과의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 서울시 차원의 뚜렸한 국외발 미세먼지 대책이 나온 게 없다.

다만, 기자가 직접 확인해보니 서울시가 손 만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최근까지 중국과 몽골 등의 지자체와 물밑접촉은 꾸준히 있어왔고 내년엔 각국 지자체와 연구 협력 기구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국외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기엔 부족한 게 현실이다.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에는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방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그렇기에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서울시의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중국은 가만히 놔두고 과태료로 시민 호주머니만 턴다”는 일부 시민들의 볼멘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다.

물론 지자체가 특정 국가를 직접 상대해 결과물을 내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미세먼지 문제로 얼마나 접촉했는지, 어떤 요청을 했으며, 상대방의 답변은 어땠는지 등 국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시도한 노력에 대해 시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그래야 오늘도 따끔거리는 목통증을 참으며 미세먼지 가득한 도심을 걷는 기자도 서울시의 노력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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