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재배면적 감소·태풍 영향···최근 5년 평균 대비 3만원 가량 높은 수준
쌀값 급등했던 작년보단 2% 정도 낮아···“물량 부족으로 상승세 이어질 것”

지난 9월 16일 오후 강원 철원군 소이산 정산에서 바라본 철원 평야가 누렇게 물들어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16일 오후 강원 철원군 소이산 정산에서 바라본 철원 평야가 누렇게 물들어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올해 쌀 생산량이 39년 만에 최소량을 기록하면서 쌀값 불안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쌀 재배면적 감소에도 쌀 수요량이 함께 줄어들면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던 쌀 가격도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산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약 12만4000톤 감소(3.2%)한 374만4000톤을 기록했다. 이는 냉해피해로 생산이 급감했던 1980년(355만톤)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정부가 예상하는 신곡예상 수요량이 380만톤임을 감안할 때 올해 약 6만톤 가량의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올해 쌀 생산량 감소는 벼 재배면적 감소와 올 가을 잦았던 태풍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벼 재배면적은 73만ha(헥타르)인데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으로 인해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약 8000ha 감소했다”며 “벼 낟알이 익는 시기에 태풍과 잦은 비로 인해 일조시간이 감소하는 기상악화로 쌀 생산단수가 지난해에 비해 낮아졌다”고 쌀 생산량 감소 이유를 설명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쌀 생산량 감소의 영향으로 산지 쌀 가격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산지 평균 쌀 가격(80kg) 추이를 보면 올해산 쌀 수확기(10월5일~11월15일) 평균가격은 18만9760원으로 최근 5년 평균가격 15만8884만원보다 3만876원 높았다. 다만 무더위과 가뭄 등으로 쌀값이 급등했던 작년(19만3670원) 수확기 평균가격 보다는 3910원 낮은 수준이다.

현재 쌀값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평년 대비 쌀값이 과도하게 높다는 의견도 있지만 수십년 간 쌀값이 물가상승률에 비해 과도하게 낮았다는 점을 봤을 때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이란 반론도 있다. 적어도 현재 쌀값이 낮지는 않다는 게 농업계의 대체적 여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입장에선 쌀값이 저렴하면 저렴할수록 좋고 농민 입장에선 비싼 가격에 팔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며 “적어도 현재 쌀값이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과거에는 수확기만 되면 농가에서 쌀값이 낮다고 정부에 불만을 토로하는 일이 잦았지만 지난해부터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쌀값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쌀 생산량 감소로 인한 공급부족과 함께 산지 벼 가격도 상승추세인 점이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수발아(강우 등으로 인해 이삭에 싹이 트는 것)등으로 인한 품질저하, 작년산 역계절진폭(비수확기의 쌀값이 전년 수확기 때보다 떨어지는 현상) 발생에 의한 산지유통업체들의 경영악화 등은 상승효과를 일부 상쇄시킬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도 쌀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 쌀값은 전주보다는 하락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상승하고 있다”며 “벼 가격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고 전반적으로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원료가격이 반영되면서 향후에도 쌀값은 상승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현재 쌀값 추이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관계자는 “정부재고는 적정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쌀값은 전년 대비 2% 낮은 수준”이라며 전년 쌀값이 그 전해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쌀값 흐름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내년 1월에 나오는 올해 쌀 소비량 통계를 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현재 쌀 정부재고량은 적정 재고량 이상 수준이다. 시장현황이나 가격 추이를 봐 가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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